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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리뷰의 차이

논술학원을 다니면 첨삭이란 걸 해준다. 첨삭은 영어로는 수정이나 교정을 의미한다. 글에서의 첨삭은 맞춤법이나 문장의 길이, 문장의 구성 등을 주로 본다. 이런 기술 역시 배움을 통해 이뤄진다. 맞춤법 검사기에 넣고 돌린다고 모든 문장적인 오류를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장의 길이나 어색한 문장구조 등은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     


평론과 리뷰의 차이는 이런 전문성이다. 전문성은 평가의 기준에서 비롯된다. 평론에는 영화학에 바탕을 둔 평가기준이 있다. 연출부터 촬영, 미술, 음악, 편집, 배우의 연기까지 다양한 기준을 두고 평가한다. 미학, 심리학, 정치학, 철학 등 외부 학문을 통해 영화의 가치를 논하는 평론을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여성학도 평론의 한 범주로 여겨진다. 여성감독들이 많아지고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표현한 영화들이 아트버스터란 이름으로 주류에 올라서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2020년 다양성 영화계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들, <남매의 여름밤(윤단비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감독)>, <69세(임선애 감독)>의 감독은 모두 여자다.     


여성감독이 여성서사를 선보이면서 남성의 시각에서는 이야기할 수 없었던 감정이나 느낌을 전한다. 여성감독이 많아지고 주류가 되어가는 게 현재 영화계의 흐름이다. 평론은 시대가 요구하는 흐름을 따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배운 지식 내에서, 주관적인 평가에 기준을 두고 영화를 평가한다면 도태된다.     


문제집을 보면 문제마다 ‘정답률’이 적혀있다. 시험 출제자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매해 문제 수준을 결정한다. 익숙하게 풀 수 있는 문제와 변별력을 가릴 수 있는 새로운 문제를 섞어야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시험지가 완성된다. 평론 역시 마찬가지다.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만 평가란 변별성을 지닐 수 있다.     


평론의 목적은 평가다. 상에는 평가기준이 있어야 한다. 매년 평론가협회에서 영화와 스태프, 배우에게 상을 주는 건 이런 기준에 의해서다.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때문에 평론은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평론은 개인적인 기준에 중점을 둔 리뷰와 차이가 없다.     


리뷰는 평론에 비해 개인적인 기준을 지닌다. 호불호에 있어 내 감정이 우선시된다. 리뷰의 근거는 주로 장면이 된다. 평론이 장면을 해석한다면 리뷰는 장면이 준 느낌을 말한다. <토리노의 말>을 예로 들자면, 이 흑백영화의 도입부는 남자가 광활한 평원 위에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말을 끄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장면을 카메라의 구도나 흑백화면의 의미, 영화의 주제의식인 니체의 철학을 바탕으로 해석을 하면 평론에 가깝다. 장면을 통해 어떤 의도를 보여주려고 했는지, 어떤 감정을 주고자 했는지 말한다면 평론이다. 반면 쓸쓸함이나 고독, 인생의 역경 등 감정을 중심으로 서술한다면 리뷰에 가까운 글쓰기다. 간단하게 말해 리뷰는 어떻게 느꼈다고 평론은 그 어떻게 느낀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다.     


리뷰는 평론에 비해 전문성에서는 부족하지만 장르에 있어서는 폭 넓게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마디로 장르적 쾌감에 중점을 둔 글쓰기가 가능하다. 공포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경우 그 대중적인 인기와 달리 평론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평가의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장르영화는 보편성이 강하다. 흥행에 우선을 두기에 다수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전형적인 이야기와 장면을 택한다. 공포장르에서 사건을 만드는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로맨스 장르에서 답답한 선택을 하는 여주인공이 그 대표적인 예다. 독창성이 부족하다 보니 평론의 입장에서는 새로울 게 없다. 평가에 있어 박해진다.      


이럴 때 리뷰는 더 마음에 와 닿는 평가를 보여준다. 공포장르에 있어 장르적 쾌감에만 중점을 둔 리뷰를 선보인다. ‘무서운 장면 하나 없더라’라는 평가부터 ‘깜짝 놀라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등 관람 당시 분위기 중심의 평가가 가능하다. 로맨틱 코미디의 경우도 ‘남녀 주인공의 케미가 사랑스러웠다’ ‘죽었던 연애세포를 살리는 기분이었다’ 등 개인적인 평가가 위주가 되어 공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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