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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평? 오피니언?

운동을 잘 하는 친구들을 보면 한 가지 운동만 잘하지 않는다. 축구를 잘하면 농구도 잘하고, 농구를 잘하면 배구도 잘한다. 이런 친구들은 운동신경이 타고났다. 마찬가지로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은 ‘글신경’이란 걸 지니고 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쓸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지면 제법 그럴싸한 작품을 완성시킨다.     


몸을 움직일수록 운동신경이 발달하는 거처럼, 글신경 역시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 긴 글을 쓸수록 문장의 구성력과 문단의 완결성은 발전한다. 문학가를 예로 들면 시를 쓸 줄 알면 소설을 쓸 수 있고 희곡에도 발을 내밀 수 있다. 작가 중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해 영화감독에 데뷔하는 이들도 있다. 희곡이 가장 회자되는 셰익스피어처럼 더 잘 쓸 수 있는 분야가 있을 뿐이다.     


평론의 영역은 문학과는 다르다. 문학은 이야기를 만드는 힘이 우선이다. 서사를 구성하고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이야기의 응집력과 문장의 표현력이 중시된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도 표현력이 떨어진다면 감흥을 주기 힘들고, 표현이 좋아도 이야기가 시시하면 관심을 이끌어낼 수 없다.      


평론은 작품을 분석하는 힘이 중요하다. 글신경이 좋은 사람이라도 괴리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내뱉으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분석에 대한 조예가 얕은 사람은 글의 완성도에 비해 영화에 관한 이야기는 다소 밋밋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리뷰는 평론보다 조금은 약한 감상이나 정보 위주의 글을 의미한다.     


리뷰에는 그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를 담는다. 좋았으면 어떤 점이 좋았고, 나빴으면 어떤 점이 나빴는지 이야기한다. 감정을 우선에 두기에 장면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가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이해하지 못해서 재미가 없었다’는 평도 가능하다. 감독이나 배우, 영화의 제작과정 등에 대한 정보도 리뷰에 사용된다.    

 

리뷰에 분석과 평가기준이 더해지면 비평이 된다. 비평은 평론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작품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가볍게 시작하던 리뷰가 비평이 되는 순간은 영화가 얼마나 더 보이느냐이다. 여러 편의 영화를 보다 보면 비교대상이 생긴다. 그러면 차이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어떤 측면에서 더 좋고, 저 작품은 어떤 점에서 다른 작품에 비해 부족한지 분석해서 설명할 수 있는 시야가 생성된다.     


비평에도 주관적인 측면이 있지만 리뷰에 비해 객관적이다. 리뷰는 마음으로 영화를 받아들인다면 비평은 머리로 이해한다. 리뷰는 연애고 비평은 결혼이다. 연애를 할 때는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걸 우선시 하지만, 결혼은 이것저것 조건을 생각하고 남들과 상대를 비교하게 된다.      


연애를 많이 한 사람이 좋은 사람과 결혼한다고, 리뷰를 많이 쓰다보면 좋은 비평을 쓸 수 있다. 리뷰를 많이 쓴다는 건 그만큼 많은 영화를 본다는 이야기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 견문이 넓어지듯 여러 편의 영화는 다양한 분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반대로 한 사람을 여러 번 만나면 깊이 알게 된다. 만남이 잦아질수록 감정을 깊이 느끼듯 비평에는 한 편의 영화를 여러 번 감상해 깊은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자세도 필요하다.     


오피니언은 리뷰의 스타일에 의견을 더한 것이다. 영화 또는 영화와 관련된 이슈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때 오피니언이란 갈래를 택한다.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 여혐논란이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블랙 팬서>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거론됐을 때 등 이슈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경우가 오피니언에 해당한다.     


리뷰가 영화의 분석에 중점을 둔다면, 오피니언은 영화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사회의 현상 또는 영화를 둘러싼 사회적 이슈에 대한 분석을 중시한다. 오피니언의 핵심은 명확한 생각이나 의견의 전달이다. 다른 사람이나 전문가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원하는 대답을 명확히 할 수 있어야 좋은 오피니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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