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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과 메타포

앞서 언급했듯 영화 리뷰의 대다수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상을 전개한다. 스토리를 얼마나 깊게 이해했느냐에 따라 영화를 보는 눈에 심오함을 더할 수 있다. 그 깊이는 시나리오를 쓴 작가의 생각을 이해했다는 점에 있다. 스토리 파악 방법을 말하면서 글로 적는 방법을 추천한 이유도 스스로 작가가 되어 어떤 생각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알아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영화 시나리오에는 서사와 관련된 몇 가지 용어가 있다. 용어가 있다는 건 이 방법이 자주 사용된다는 걸 의미한다. 기술은 작품을 빛나게 만드는 방법이다. 축구에서 선수가 골을 넣기 위해 무조건 공을 차고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닌 다양한 용어를 지닌 개인기를 부리듯 영화에서도 관객의 재미를 이끌기 위한 기술적인 묘미를 선보인다.     


서사에 있어 이 대표적인 기술은 맥거핀과 메타포다. 맥거핀은 관객을 낚는 기술이다. 마치 중요한 복선처럼 관객을 헷갈리게 만드는 요소를 말한다. 이런 요소가 가장 많이 쓰이는 장르가 추리나 스릴러 장르다. 수상한 인물이 등장하고 저 인물이 범인일 거 같다고 관객들은 생각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범인은 다른 사람이라는 그런 전개를 보여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에놀라 홈즈>를 예로 들자면 이 작품의 핵심 스토리는 주인공 에놀라가 어느 날 집에서 사라진 엄마를 찾는 스토리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후 진행되는 스토리는 에놀라가 열차에서 만난 튜크스베리 자작의 실종 사건이다. 엄마의 이야기는 맥거핀이고 튜크스베리 자작의 이야기가 핵심임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예기치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맥거핀이 주목을 받은 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 의해서다. 서스펜스의 거장인 히치콕은 영화의 구성에 있어 맥거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객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게 끊임없이 두뇌싸움을 펼쳐야 하는 범죄 스릴러 장르에 있어 맥거핀은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복선을 던진 후 맥거핀을 사용하면 관객은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을 겪는다. 하나 뿐인 진실을 감출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히치콕의 영화에서 맥거핀이 잘 나타나는 작품은 <싸이코>다. 이 작품의 초반에 쟈넷 리가 연기한 마리오는 돈을 훔쳐 도망친다. 이때 관객들은 훔친 돈이 작품의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에서 도입부와 결말부가 중요하단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돈은 그 유명한 샤워 장면을 만들기 위해 마리오를 모텔로 인도하는 미끼에 머문다. 돈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던 관객들은 한 방 먹은 것이다.     


메타포는 사물이나 사건을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법이다. 단어의 뜻 그대로 은유를 말한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밝히기보다는 우회적으로 정체를 드러낸다. 때로는 의미 없어 보이는 대사에 메타포를 담아두기도 한다. 메타포가 주제의식을 더 깊게 해석하게 만들어주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메타포를 해석하지 못하면 이야기 자체가 파악되지 않는 영화도 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비닐하우스, 불, 고양이, 햇빛 등을 통해 메타포의 요소를 제시한다. 이 영화를 이창동 감독의 스타일에 맞춰 정치권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도 좋지만, 한 편의 시에 담긴 메타포를 통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듯 청춘부터 욕망, 주인공 종수의 작가적 상상력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메타포를 읽을 때는 한 개의 해석도 좋지만 더 풍부한 글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향성을 열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단정적인 해석은 금물이다. 메타포를 택한 영화 자체가 다양한 해석을 염두에 두는데 내 생각만 맞다는 주장은 영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자만이다. 그보다는 이 영화에 존재하는 메타포의 요소를 알려주고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게 좋다. 메타포를 찾아냈다는 것만으로 감독이 던진 힌트를 발견했다는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맥거핀과 메타포는 영화를 보는 기술적인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은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가 크다. 스마트폰을 쓸 때도 누가 옆에서 이런저런 기능이 있다는 걸 알려주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화의 경우도 어느 부분이 맥거핀이고 메타포인지 이해하고 설명해 준다면 보는 맛을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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