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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파악하는 방법

영화 글쓴이를 한다고 하면 꼭 받는 질문이 몇 가지 있다. 좋은 영화를 추천해 달라, 요즘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가 뭐가 있나, 숨겨진 명작을 알려 달라 등등. 이런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좋은 영화를 나누는 순간은 항상 즐겁다. 나로 인해 남들이 잘 몰랐던 영화가 누군가의 인생영화가 된다면 이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편한 질문이 있다면 불편한 질문도 있기 마련이다. 바로 영화의 줄거리에 관한 질문이다.     


줄거리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는데 영화를 ‘보았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처럼 들린다. 학생이 문제를 풀다 틀리면 설명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처럼, 영화 줄거리에서 이해가지 않는 부분을 물어봤는데 대답을 못한다면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 자기가 쓴 영화의 내용도 제대로 모른다?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스토리가 연한 작품이나 실험영화의 경우 줄거리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파악을 한다 하더라도 표현에 중점이 있기에 해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다소 복잡한 영화는 몇 가지 방법을 통해 줄거리를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그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① 장면으로 파악하기     


영화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시나리오의 단락을 나누는 건 장면(Scene)이다. 장면과 장면의 연결은 단락과 단락의 결합이다. 장면이 나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읽기를 가르치는 방법에는 상향식 읽기와 하향식 읽기 교수법이 있다. 하향식 읽기 교수법은 글을 읽어 나가면서 모르는 단어는 전체적인 글의 맥락을 통해 그 의미를 추론하도록 유도한다. 영화는 하향식 읽기에 가깝다. 

    

영화는 전체적인 맥락을 통해 장면을 이해하게 만든다. 전체를 보고 다음에 세부적인 부분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대로 상향식 읽기 교수법은 단어부터 시작한다. 단어를 배운 후 문장단계를 향하고, 다음에 문단을 향한다. 영화를 만드는 기본 단위인 장면(Scene)을 먼저 보고, 이해한 장면 하나하나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영화를 바라본다. 각 장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에 전체적인 맥락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를 위한 훈련방법은 장면으로 나눠 영화를 보는 것이다. 영화 한 편을 선택한 후 컴퓨터로 관람을 한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화면을 멈추고 장면(Scene) 번호를 적는다. 그 아래에는 장면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적는다. 이 과정을 통해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글로 완성된 영화는 화면보다 이해하기 쉽다. 자신이 적은 글을 읽다보면 소설처럼 작품의 맥락이 파악된다. 세부적인 부분도 파악이 가능하다.     


② 인물관계로 파악하기     


이 방법은 <고스포드 파크>나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처럼 등장인물이 많은 영화의 줄거리를 파악할 때 유용하다. 등장인물이 많은 영화의 경우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아도 다수의 인물 사이의 관계 때문에 제대로 내용파악이 안 될 때가 있다. 관계에는 감정이 있다. 상대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알아야 스토리 전개에 따른 감정을 얻게 된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이런 감정을 느끼기 힘들고 영화가 주는 진정한 맛을 음미할 수 없다.     


인물관계를 파악한다는 건 그 캐릭터에 대해 이해한다는 뜻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어떤 생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 수 있겠는가. 이때의 훈련방법은 장면으로 파악하기 때보다 더 힘들다. 먼저 캐릭터 사이의 관계를 마인드맵으로 그린다. 그리고 그 아래에 각 캐릭터에 대해 적는다. 이름은 무엇이고 직업은 무엇이며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 상세하게 서술한다.     


캐릭터가 보이면 마인드맵에 적힌 관계가 새롭게 보인다. 각 인물이 엮인 사건이 보이고, 그 사건을 통해 서로에게 가졌을 감정이 보인다. 마인드맵에 적은 관계에 서로를 향한 감정이나 사건을 적는다면 이들이 어떻게 엮여있는지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가 처음에 어떻게 인물관계를 구성했는지, 그 관계를 통해 어떤 감정과 인상을 주고자 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③ 사건으로 파악하기     


앞서 두 방법은 줄거리를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을 지닌다. 첫 번째 방법은 장면마다 영화를 정지해야하고, 두 번째 방법은 한 번 봐서는 각각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사건으로 파악하기는 앞서 두 방법보다는 쉽게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이야기는 사건에 의해 진행된다. 반대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가 재미를 느끼는 상업영화의 특징은 사건이 많다. 계속 사건이 발생하니 이야기가 전진성을 지닌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계속 흥미를 자극한다. 사건만 정리해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이병헌과 하정우가 주연을 맡은 블록버스터 영화 <백두산>을 예로 들자면 ‘백두산이 폭발했다’가 사건의 시작이다. 그리고 다음 사건은 ‘조인창을 비롯한 특전사들이 북한을 향한다’이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 서울이 쑥대밭이 됐다’ ‘지질학 박사 강봉래 교수의 이론에 따라 작전을 계획했다’ 등은 사건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건은 무엇인가 일어나야 하고, 그 일어난 일에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이 방법은 사건을 적고 이를 바탕으로 흐름을 정리하면 되기 때문에 방법은 간단하다. 다만 무엇이 사건이고 아닌지를 구분해내는 기준이 쉽지 않다. 나는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적었는데 아닌 경우가 많고, 무엇이 사건인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사건은 인물이 새로운 행동을 하게 만드는 요소다. 작품 속 주인공이 이전과 다른 목적과 행동을 보인다면 그 시발점이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생각하면 된다. 인물의 행동과 그 행동의 결과에 초점을 두면 비교적 수월하게 사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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