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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 내가 하고 싶은 말


단순히 제목만 보았을 때 이 영화의 재미나 내용을 쉽게 찾기 어렵다.


I can speak 라는 문장은 영어를 배우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나는 말할 수 있다”라는 이 간단하고 쉬운 문장이 제목이다. 때문에 나는 제목만 보고 이 영화가 단순한 영화라고 얼핏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저 쉬운 문장을 말하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고 쉬운 문장이 주는 무게감은 더없이 무거웠다. 누가 저 제목을 보고 이 영화를 위안부 피해자의 외침을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영화 초반부에서도 주인공 나옥분(나문희) 할머니를 매일매일 수도 없이 민원신고를 하는 인물로 그려낸다. 자신이 머무르는 시장에서 까탈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할머니의 신고정신 때문에 구청 직원들은 할머니를 꺼려하고 시장 상인들도 할머니를 반기지 않는다.



그런 할머니라도 약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구청 직원 박민재(이제훈)다.


어렸을 때 입양 간 남동생과 얘기를 하고 싶어 영어를 배우는 할머니는 박민재와 가깝게 지내고 마치 아들처럼 밥도 챙겨주고 대해준다. 이렇게 영화 초, 중반부는 할머니의 이야기와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기까진 내가 생각한 느낌의 가족영화였다. 앞으로 어떤 사건이 있지만 잘 극복하고 화기애애한 가족같은 분위기로 영화가 끝날거라는 예상도 들었다. 하지만 감독은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 우리를 뒤흔들었다.



바로 극 중 나옥분 할머니가 사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였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사회의 눈초리가 두려워 사실을 숨긴 채 지내왔으며 국가에 피해 사실조차 감추고 우리들 속에 섞여 살아왔다. 할머니의 친한 친구로 등장하는 정심 할머니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로 등장하는데, 나옥분 할머니와는 다르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밝히고 여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정심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 미 청문회에 참석이 어려워진다. 결국 나옥분 할머니는 오랜 세월 숨겨왔던 자신의 상처를 자신의 주변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나는 제목이 가진 무게를 처음 느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당한 일은 정말 말로 담을 수 없을 만큼 아픔이자 상처였다. 보호받고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하지만 시대는 그들을 부끄러운 흔적, 배신자로 낙인찍었고 우리의 치부처럼 숨기기 급급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다시 자신의 심정을 얘기한다.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고 어떤 세월을 살아야 했는지 말이다.



 미 청문회에 참석한 나옥분 할머니는 영어공부를 통해 쌓아온 실력으로 청문회를 준비한다. 정심 할머니가 준비했던 말들을 가지고 청문회에서 연설을 한다. 그리고 나옥분 할머니의 연설에서 나는 두 번째로 제목의 무게를 느꼈다. 연설하기 바로 직전 할머니는 자신의 복부를 들어내 보이며 몸에 강제로 새겨진 욱일승천기와, 일본어, 칼로 낸 상처 등 피해 흔적을 그대로 청문위원들에게 보여준다. 그러며 바로 내가 위안부 피해 사실의 증거이며 증인이라고 소리친다. 어떤 공적인 문서나 사진 자료보다 더 강하고 확실한 증거일 수밖에 없다.


존재 자체만으로 피해사실이 입증되는데 굳이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말을 해가며 피해사실을 증명하고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씁쓸한 현실이 제목에서 느껴졌다.


 “나는 말할 수 있다”라는 제목 뒤엔 “침묵”이 있었다.


“침묵”은 어떤 사실을 감추고 싶을 때 나타날 수 있지만, 굳이 말할 필요 없이 자명한 것에 대해서도 “침묵”은 유효하다. “I can speak” 라는 아주 친숙한 이 문장과 그 뜻이 우리에게 주는 거리감 뒤에 감독은 쉽게 얘기할 수 없는 위안부라는 이야기를 꽂아 넣었다. 그리고 “나는 말할 수 있다.”는 뜻과 위안부 이야기가 만나서 피해자들이 해방 이후에도 겪었던 아픔과 또 현재 진행 중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동시에 우리에게 많은 물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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