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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 - 슬픔을 배우는 방법

모든 감정은 교육에서 온다. 같은 '기쁨'이라도 누구는 살짝 미소로 표현하는가 하면 누구는 의자 위에 올라가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춘다. 부모들이 왜 많은 돈을 들이면서 자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시켜주는 걸까? 그건 다양한 체험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배우며 이를 잘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슬픔'도 배워야 한다. 슬픔을 잘 표현하는 법, 슬픔이 절망이 되지 않게 하는 법. 영화 <몬스터 콜>은 한 소년의 가혹하고도 슬픈 성장담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품이다.

소년 코너는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 어머니는 투병 중이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코너도 알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혼자 밥을 차리고, 옷도 빨래하는 코너. 그는 학교에서 동급생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집에서는 할머니와 투닥거린다. 그는 잘 맞지 않는 할머니와 함께 살 것이 두렵고, 자신들을 두고 뉴욕으로 간 아빠에게 아쉬운 감정이 있다. 밤 12시 7분, 갑자기 무덤가에 커다란 고목이 나무 괴물이 되어 그의 앞에 나타난다. 앞으로 자신이 세 번의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4번째 이야기는 코너 자신의 이야기를 해달라 말하는 나무괴물. 코너의 저항과는 상관 없이 나무 괴물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몬스터 콜>은 크게 기대가 없었던 영화다. 뭔가 빤히 눈에 스토리가 보였고 초반 흐름도 예상했던 대로 진행이 되었다. 이러다 슬프겠지 라고 생각한 순간, 아, 참으로 놀라운 경험을 했다. 괴물이 들려준 세 개의 이야기, 그리고 코너의 심리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순간, 눈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었던 순간을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쉽게, 느리고 느끼기 편하게 표현해냈다. 코너의 내면에는 두 가지 마음이 있었다. 어린 아이라면 흔히 가질 수 있는 사랑과 미움. 엄마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이 순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쁜 감정. 이 죄책감이 소년을 악몽으로 몰아넣었고 친구들이 때리는 걸 오히려 죄에 대한 체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끝인 줄 알았는데 결말부에 한 번의 슬픔이 더 있었다.(눈물 다 닦고 나갈 준비 하고 있다가 한방 먹었다........) 상실을 통한 슬픔 역시나 배워야 한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게 하는 방법, 절망과 고통에 차 스스로를 망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알려줘야만 한다. 모든 동화는 '공포'에서 비롯된다. 내가 좋아하는 동화 중 <빨간 구두>라는 작품이 있다. 고작 빨간 구두 좀 신었다고 사람 발을 자르는 아주 잔혹한 동화가. 하지만 이 잔혹함이 어린이들에게 큰 교훈이 된다. <몬스터 콜> 역시 마찬가지다. 무서운 나무 괴물. 하지만 이 공포를 통해 소년은 더 큰 두려움과 어둠을 이겨냈다. 현실은 동화보다 잔혹하다. 그 잔혹함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어떻게 표출해야 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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