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호기심 많은 캐나다 남자가 건너편 바위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태국 남자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어서 이태리 커플이 수영복을 입고 물에 들어갔다. 다들 멋쩍게 앉아 있어서, 나는 타월을 챙겨 아래로 내려갔다.
겉옷을 벗고 안에 입고 있던 수영복 차림으로 물속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유타와 클레멘트가 합류했다. 잠시 물놀이를 마치고 나왔을 때, 끈적했던 땀이 사라지고 상쾌했다.
물놀이를 마치고 혼자 앉아 있는 파블로에게 다가가 앉았다.
“너 고등학생이지?” 우리나라와 교육편제가 달라서인지 잘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초등, 중등, 다음에 고등학교, 대학교 가기 전 말이야. 너 고등학생 맞지?”
“아닌데.”
“그럼 대학생?”
“아니.”
“그럼 고등학생 맞네.”
“아닌데. 아직 대학은 갈지 말지 안 정했어”
“가게 되면 뭐 공부할 건데?”
“디자인 쪽에 관심 있어.”
“그래? 난 영어 선생님이었거든. ‘선생님’ 해봐.”
그러자 그가 순순히 한국말을 따라 했다. 크크 귀여웠다.
자기 영어 선생님은 자기를 안 좋아했다고 했다. 영어를 못하니까. 자기는 영어도 못하고 사교적이지도 못하다고 했다. 왜 수영 안 하냐고 하니까 물을 안 좋아한다고 했다.
젖은 수영복 위에 옷을 입고 걸으니 시원했다. 드디어 베이스캠프에 도착해서 옹색한 샤워를 하고 저녁이 준비되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모두 지쳐서인지 별 말들이 없었다. 그다음에 얼마 동안이나 무엇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 채로 있어야 했으므로.
오랜 기다림 끝에 식탁 위에 기름 등이 켜지고 저녁 식사가 서빙되었다. 분위기도 음식도 너무 근사했다. 카레와 감자, 야채수프, 쌀밥이 나왔는데 너무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디저트로는 수박이 나왔다. 오다가 넘어져서 근육이 놀랐다는 폴란드 남자가 옆에 앉았는데, 이런 힘든 여행은 처음이라고 했다. 일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여행도 별로 못하긴 했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 일을 줄이고 휴가를 더 많이 가지라고 했다. 말은 쉽지.
앞자리의 이탈리아 남자는 방송진행자라고 했다. 그럼 우린 유명인사와 함께 있는 거냐며 모두들 웃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이야기에 끌리지 않고 자주 멍해지는지 모르겠다. 별 호기심이 일지 않는다. 이야기 그룹이 너무 큰 때문인 것 같다.
식사 후, 대나무 방갈로 아래 마련된 캠프 파이어 장소로 옮겼다. 별이 아주 낮게, 크고 또렷하게 떠있다. 가이드는 여기가 스타 호텔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이드가 워드 게임과 막대기를 이용한 도형 게임을 연달아 진행했다. ‘울랄라! 오 마이 붓다!’를 연발하면서.
도형 게임은 모두들 어려워했는데 파블로가 두 번이나 맞추었다.
나는 “오, 파블로! 천재!”라고 외쳤다. 파블로에게 그런 면이 또?
호기심 많은 남자는 태국에 왜 레이디 보이(여장남자)들이 많은 건지, 그런 문화적 성향이 어디에 기인한 건지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가이드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게임이 끝나자 하나둘씩 들어가고, 결국 파블로와 클레멘트, 그리고 나, 셋만 남았다.
클레멘트는 피곤하지 않아 잠이 안 올 것 같다며 책을 갖고 나왔다. 어두운 데서 휴대폰 불빛으로 책을 읽겠다고? 하긴 그는 차에서든, 어디서든 말 안 할 때는 틈틈이 책을 읽었다.
한참 후, 모두 잠들어 있는 곳에 숨죽이며 들어갔지만, 다들 모기장을 게르처럼 만들어 자고 있어서 그 안에 누가 자고 있는지도 모르고, 나는 낄 곳이 없었다. 내 가방은 모기장들 외곽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두 청년은 맨 끝에 자리를 잡아 두고 있었다. 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어떡해? 나만 잘 곳이 없어.’
할 수 없이 난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파블로가 모기장을 내리고 세 자리를 만들었는데, 클레멘트는 그냥 밖에서 자겠다고 했다. 파블로는 침낭을 가져와 그 속으로 들어가 잤다. 남은 담요를 덮어 주었더니 고맙다고 했다.
영 어색한 잠자리 배치였으나 산행 후의 피로와 추위에도 생각보단 잘 잤다. 몇 번 깼지만 그래도 7시 반까지 잔 걸 보면.
- 치앙마이 트레킹(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