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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 Jul 27. 2022

순천만의 노을

- 가을여행 2018


  순천만은 주차장에 안착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서 그냥 사람들에 밀려서 걸어야 했다. 전에 친구와 왔을 때는, 그때도 사람들은 많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는 처음 본 순천만의 풍경이 너무 새롭고 특별해서 한껏 들뜬 기분이었다. 


  목표는 순천만을 굽어볼 수 있는 산 위 전망대였다. 산 위에서 노을을 보려면 주변에 사람들이 좀 있는 게 도움이 될 터였다. 혼자서 그 시간에 인적 없는 산을 오르기는 애초에 힘든 일이라 시도도 못했을 테니까. 사진에서 보았던 그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는 일념으로 전망대에 올라보니 좁은 전망대가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두 나처럼 그곳에서 노을을 볼 양으로 왔을 것이다.


  사진 동호회의 멤버들이지 싶은 그룹이 전망대 일 층과 이층의 좋은 자리에 이미 삼각대를 설치해놓고 있었다. 난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맨 앞줄에 자리 잡은 사람들의 머리를 피해 가며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어보았다. 


  노을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다른 사람들 머리 위로 휴대폰과 카메라를 치켜들고 안간힘을 썼다. 여기저기서 찰칵찰칵 하는 소리가 티비 뉴스의 포토라인에서 들리는 소리 같다. 순천만의 사진이야 곳곳에 널려 있어서 굳이 자기가 직접 찍어야 할 것도, 그 사진이 더 훌륭할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자기가 찍은 사진을 갖고 싶어서 저렇게들 열심이다. 


  나 또한 그렇다. 여행도 삶도 모두 그렇다. 남들이 보여주는 대로가 아닌, 자기가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비록 자기가 찍은 사진이 잡지나 온라인에 실린 것들보다는 못하겠지만 차가운 산 공기와 눈앞에 바라다 보이는 호수 같은 바다, 지는 해가 내뿜는 그 부드러운 빛깔, 그 모든 것들을 나만의 기억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

























  주변이 어두워져서야 나는 산을 내려가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해가 지고 난 후의 하늘이 더 장관일 때가 있어서 그것을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그날은 아닌 것 같았다. 산을 다 내려오니 어둠 속의 하늘이 푸르스름한데 한쪽에는 노을빛도 좀 남아있고 한쪽에는 초승달이 떠있는 게 동화 속 풍경 같았다. 난 그 이미지에 딱 맞는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돌아오는 길은 멀고 춥고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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