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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Dec 29. 2021

우리의 Present 2

노느니 꿰어볼까

12월 12일부터였을 거다. 우리의 소소한 사업은 생각 없이 던져진 말에서 시작되었다. 백군과 나, 우리의 사부님은 오대산 명상마을에 있었다. 우리가 사부님이라 부르는 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고, 윗집에 사는 이웃이고,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50대 아줌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3년 전에 처음 보게 되었고, 그 후로 종종 고민상담사와 산책 동무가 되어주셨고, 2년 동안 같이 명상을 해오고 있다. 사부님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잔뜩이지만 일단은 미뤄두기로 하고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우리 셋은 가족도 불편할 것 같은 이런 식의 여행을 종종 한다. 어쩌다 보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셋은 오대산 명상마을에 와있다. 우리는 같이 있으면서 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그 이야기들이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날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미얀마 이야기가 나왔다. 미얀마 상황이 많이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고 있는 사부님께서 많이 마음 아파하셨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보다가 "물건을 만들어 팔아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사실 멀리 있는 미얀마 아이들보다는 사부님을 위로하고 싶어 던진 말이었다. 그때는 별 반응이 없으시기에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다음날 눈을 반짝이며 "이 마스크 줄을 팔아보면 어떨까요?"하셨다. 본인이 받은 선물 중에 베스트 3안에 드는 만족도가 높은 선물이었다며 하고계시던 마스크 줄을 보여주시며 설명하셨다.

"우리 나이때는 없는 게 없어서 받은 선물이 짐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정성이 들어가서 바로 처분하지도 못하고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마스크 줄은 실용적인 제품이라 정성과 특별함이 더해지면 선물을 하기에도, 받기에도 부담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 마음은 이미 동대문시장으로 달려갔다. 워낙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하는 나와 백군은 취미로 모빌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다. 모빌에 비하면 마스크 줄은 만들기도 훨씬 쉽고, 팔릴 수도 있다니, 모든 취지를 다 떠나서 그냥 빨리 만들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우리가 만들었던 모빌, 즐겁지만 취미로 만드는 건 한계가 있다.


13일 우리는 오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고, 올라오던 길로 동대문과 남대문을 싹 뒤져서 재료를 잔뜩 샀다. 어른들에게 선물할 제품이니까 최대한 고급스럽게 만들기로 하고, 좋은 재료들만 고르고 골랐다. 일단 아무리 안 팔려도 사부님이 10개는 책임져 주시기로 하셨고, 우리는 원하던 멍석이 깔렸으니, 그저 신나게 샘플을 만들었다.


드디어 첫 번째 결전의 날, 사부님은 10개의 샘플을 가지고 첫 번째 지인을 만나셨다. 어느 때와 다르지 않은 표정을 가지고 돌아온 저녁, 어떻게 되었냐는 조심스러운 나의 물음에 사부님은 "응, 열개 팔았어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답하셨다. 우리는 대박을 외치며 날뛰었지만 사부님은 평온하게 백만 원짜리 수표를 주시며, "자 마음껏 재료 사 와요."라고 말하시며 웃으셨다.

출발이 좋았던지, 최종 결산을 마친 어제(28일) 부로 우리는 총 78개를 판매했고, 22개를 주위 고마운 분들께 선물했다. 그리고 재료비와 우리의 공임을 제한 나머지 총 500만 원을 미얀마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에겐 또 예상치 못한 수입이 생겼다.


마스크 줄을 만들고 있을 때 집에 친구들이 몇 명 왔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같이 만들어 주고, 본인 것도 하나씩 만들어갔다. 그저 내 마음에만 들면 그만인 제품을 만들며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니 내 마음에도 바람이 살랑거렸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볼 생각이다. 처음의 취지를 이어, 이걸 만들어서 생기는 수익은 전부 기부하기로 하고, 목걸이와 팔찌, 반지 등으로 제품 확장도 해보려고 한다. 일단 만들면서 우리가 정말 행복하고 평화로웠는데, 그 이유만으로도 꾸준히 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자기 같은 마스크 줄을 직접 만들어 하고 있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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