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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Jan 03. 2022

한가한 머릿속

'아무것도 안 하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면 어쩌지'라는 고민이 없는 


방학은 행복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면 어쩌지?'라는 불안함으로 행복한 방학생활을 망치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일단 한동안은 아무렇게나 놀고 싶은 만큼 논다. 그리고 서서히 불안함이 마음을 차지하기 시작하면, 남들 일하는 평일만큼은 내가 지킬 수 있는 만큼의 미션이 주어지는 것이 좋다. 백수생활을 좀 해본 결과, 게으르게 보내는 하루하루가 처음에는 좋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막연한 불안함을 동반하며,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출근하듯이 매일 꼭 하기로 마음먹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명상과 글쓰기, 사진 찍기, 영어공부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2년 전부터 이어오는 '명상'이다. 다음은 유료 결제한 앱으로 하는 '영어공부'인데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세 번째는 '글쓰기'로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고, 가장 최근에 하게 된 것은 '사진찍기'로, 한 달이 조금 덜 되었다. 

스스로 의지가 약한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미션을 같이해줄 메이트가 필요하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모든 미션엔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명상은 백군과 사부님이

영어공부는 초등학생 조카가

글쓰기는 대전에 사는 친구가 

사진 찍기는 최근 사귄 어린 친구가 함께 해주고 있다. 

나와의 약속은 쉽게 저버리지만, 남과의 약속에는 꽤나 성실한 편인 나의 성향을 잘 이용한 작전 덕분에 아직까지는 꾸준히 잘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매일 성공하는 기분을 경험하고, 주말에는 더 달콤하게 주어지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는 요즘 내가 뿌듯하고, 기특해서 자꾸만 들뜨는 마음을 잡고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큰 약점은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나를 개선시키려고 할 때마다 대두되는 이 문제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큰 걸림돌이 되곤 했다. 시작을 앞두고 '어차피 얼마 못 갈 텐데 뭐하러 시작해.'라며 설레는 발걸음 앞에 큰 돌덩이를 가져다 두는 일을 계속하게 만들었다. 


내게 꾸준하지 못하다는 것은, 깊어지지 못한다는 말과 같고, 깊어지지 못한다는 것은 성공적인 경험을 잘 얻지 못한다는 뜻과 같아서, 스스로 오랫동안 그 결핍감을 채우지 못하며 살고 있었다. 이렇게 평가하고 있던 나는 앞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할 뿐 아니라, 머릿속은 걱정과 고민으로 채워졌고, 마음은 불안함과 나에 대한 실망과 비난으로 내내 흔들렸었다. 


아무리 귀찮아도 꾸역꾸역 일어나서 명상을 했던 2년의 시간은, 마치 그동안 떼어먹었던 월급을 한꺼번에 주듯이, 2년이 지난 후에야 어마어마한 보상을 지불해 주었는데, 꾸준함의 대가로 이런 보상을 처음으로 받아본 나는, 이전과 분명히 달라지게 되었다. 그 달콤함을 맛보았으니 '꾸준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출 수 있는 가능성에 한발 가까워진 것 같았다. 

 

요즘은 매일 해야 할 것들을 빼곡하게 하며 부지런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머릿속은 누구보다도 한가하고 여유롭다. 그리고 한가한 머릿속은 의외로 다음 미션들을 잘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고 싶은 말들은 의욕만 앞서 두서없이 튀어나온다. 글을 쓸 때마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과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매일 하지만, 꾸준함의 힘으로 나아질 거라고 위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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