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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Jan 17. 2022

글쓰는 이유가 궁금할 때

글쓰기의 최전선



나는 왜 쓰는가



풀어내기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막힌 삶을 글로 뚫으려고 애썼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외적 원인에 휘말리고 동요할 때, 글을 쓰고 있으면 물살이 잔잔해졌고 사고가 말랑해졌다. 글을 쓴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불행한 상황이 뚝딱 바뀌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줄 한 줄 풀어내면서 내 생각의 꼬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지, 적어도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후련했다. 낱말 하나, 문장 한 줄 붙들고 씨름할수록 생각이 선명해지고 다른 생각으로 확장되는 즐거움이 컸다. 또한 크고 작은 일상의 사건들을 글로 푹푹 삶아내면서 삶의 일부로 감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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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


물러앉기

글쓰기라는 장치를 통해서 나를 세속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 하는 것들과 잠시나마 결별할 수 있으니, 관성적 생활 패턴에서 한 발 물러서는 기회만으로도 글 쓰는 시간은 소중하다. 

<1984>의 저자 조지 오웰은 "인간은 자기 삶에서 단순함의 너른 빈터를 충분히 남겨두어야만 인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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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물러서서 숨 고르기의 쉽고 좋은 방편이다. 


지켜내기

못할까 봐 불안하지도 않았고 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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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거해주었습니다. 저는 실패한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저의 모든 열정을 가장 소중한 한 가지 일에 쏟아붓게 되었습니다. 두려워했던 실패를 경험했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조앤 롤링


발명하기

살아갈 수 있는 말들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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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언어 발명하기. 이것이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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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다만 내가 나를 설명할 말들을 찾고 싶었다. 나를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었다. 뒤척임으로 썼다. 쓸 때라야 나로 살 수 있었다. 산다는 것은 언어를 갖는 일이며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기억했다. 


감응하기

눈에 들어오는 세상이 넓어지는 기쁨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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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쉬이 매료되는 줏대 없는 사람임은 분명했다. 그건 수용적이고 개방적이라는 면에서 장점이지만 섬세한 비판적 사고가 부족하다는 면에서 단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직관적인 성향이 글쓰기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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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옥같은 이야기, 이 놓치기 쉬운 생의 진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알아서 마음 편히 살고 긍정적 변화를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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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자가 어디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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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하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면 관계가 바뀐다. 내 안에 머무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함께하기

우선 내 생각을 글로 나타내면 남의 말을 잘 알아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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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글 보는 눈을 길러주며, 글 보는 안목은 곧 세상을 보는 관점을 길러준다. 아울러 남의 말을 알아듣는 만큼 타인의 삶에 대해 구체적 감각이 생긴다. 이 감각, 마음 쏠림이 또 다른 글쓰기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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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충분히 배우고 우리의 눈과 귀를 충분히 연 경우 언제든 우리의 영혼은 더욱 유연하고 우아하게 된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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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행하는 자, 느끼는 자, 쓰는 자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언어로 세공하고 두루 나누면서 세상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사람이다. 세상과 많이 부딪치고 아파하고 교감할수록 자기가 거느리는 정서와 감각과 지혜가 많아지는 법이니, 그렇게 글쓰기는 존재의 풍요에 기여한다. 



열심히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 '열심'이 어떤 가치를 낳는가 물어야 한다. 


<글쓰기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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