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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Mar 21. 2021

뜨개 삼매경

가방

 뜨개질을 하는 사람은 많다.

 뜨개질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뜨개질의 방법도 다양하다.


 그런 중에 유독 가방 뜨는 걸 좋아하게 된 건 어디에서  연유된 걸까. 가만 떠올려보니  그건 아마도 희망을 뜨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다.


 누구나 지금은 방콕(방에 콕  박혀 사는 행위) 생활이다. 물론 직장을 다니는 이들에게는 예외적인 얘기지만, 그렇지 않고는 그저 호구지책으로 시장을 보거나, 피치 못해 관공서나 은행이나 하는 데를 체온 측정에 전화번호까지 남기면서 어렵사리 들르는 것 빼고는 사실 가방이라는 것을 들고 어디 나갈 일이 없다. 그 때문인지  어느 날부터 가방을 뜨면서 앞으로 있어질 희망찬 외출을 꿈꿔 왔던 듯하다.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만 1년이 넘고 새봄이 왔음에도 우리는  나들이라는 걸 잘 못하고 가만있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단한 집콕 생활이지만 그래도 뜨개질에 관심을 두다 보니 요즘엔 삼매경에 빠졌다. 외로움의 징표이기도 한  가방을 숫자로 세면 족히 100은 되겠다. 여기저기로 보내고 지금 남은 것은 몇 개 없긴 하다. 사실 외출이라는 희망을 안고 떠내는 가방들이지만 때때로 예쁠 때도 있고 좀 미흡할 때도 있다.  어쨌든 그래도 그 순간순간들은 미래지향적이다. 세상에  똑같지 않은  물건을 아니  내 생각엔 작품을 만들어낼 때마다 마음속은 여러 가지 궁리로 즐겁기만 하다. 설렘까지  함께인 건 내가 간살스러워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진짜로 그렇다.


 이곳저곳으로 시집보낸 가방들을 그리움으로 올려보자면,

시누이형님 칠순에 용돈과 함께 드린  수놓은 가방
다른 동네로 이사하신  대모님께 섭섭함을 전하며 참기름 한 병과 드린 민트색 가방
늘 주변에서 사랑을 주는 지인에게 어깨에 메고 있던  것을 풀어서 드린 가방
최근에 배워 여름을 대비해 떠 본 린넨  가방

  수로 세면 너무나 많지만, 최근의 것들을 올려 보았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전화기 커버 안에 카드 한 장 넣고,  그것을 가방에 넣은 후, 사탕이나 젤리 따위를 한 두 개  같이해서 가지고 다닌다. 그렇게 해서 어깨에 사선으로 고  다니면  거칠 것도  없어 산책이 즐거워진다. 지금은 물론 4인 이상  모이지도 못하고, 2미터 거리두기도 하고, 마스크도 해야 하므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산책때 쓰는 가방,안에 전화기.카드.사탕 있어요!



 그저 이 묶임의 생활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그 어느 날부터 들고 다닐 더 고운 가방을 만들어가면서 내 마음도 다지고 앞으로 올 날들에 대한  계획도 세우면서, 그러면서 살일이다.


선유도의 수양버들

 어제는 춘분! 봄비가 흙먼지도  씻고 세상을 적시는 바람에  대지는 초록으로 살아나고 있고,

수양버들은 춤추기 시작했다. 우리의 세상에도  초록빛이  또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져나는  그날을 꿈꾸며, 또 가방을 뜨는 사람이고 있다. 뜨개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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