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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Jul 21. 2021

반려식물과 여름

물고기와 호박

 하늘은 맑지만 밖을 나가기가 려워지는 중복이다.  두어 달 정도 길러오던 호박에게 올라갈 길을 터주었다. 그간에는 준비과정인지 더디게 자라오더니 8월 같은 7월 날씨에 무럭무럭 커 오고 있어, 남는 옷걸이를 펴고 면사로 사슬 뜨기를 해서 감아준 다음 커튼봉에 올려 줬다.  힘차게 제 양껏 올라가서, 그 덕에 우리 가족에게 그늘이 되어주기도 하고 할 테니 덕분에 시원한 여름이 될 것 같다. 라디오에서는 언더 더 씨~~~가 들려온다.


호박이 줄을 타고 올라 갑니다


녹색의  얼굴보다 큼직한  호박잎을 보려고 싹을 틔운 건, 아파트 모퉁이에서 사과를 파는 아주머니가

밭에서 따온, 길쭉한 단호박을 사 와서다. 그 속이 하도 빨갛고 고와서 키워보자고 진작부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 계획을 하고 있었던 게 어쩌면  추억 때문일지도 모르긴 하지만 말이다.


어릴 적 여름날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밖에 나가지도 못해  맨질맨질한 대청마루에서 낮잠을 자고 그랬다. 크느라 그랬을까. 침을 질질 흘리고

흠뻑 잠에 취했다가 부스스 서 보면 서쪽으로 지는 해가 그때사 걷힌 구름 사이로 비쳐온다. 담장을  타고 꿋꿋하게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는 호박 줄기 사이로 빠꼼히 피어나는 호박꽃은 눈을 비비며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 못하는 어린아이의 눈에는 꽃 중의 꽃으로 보였다. 어디서 왔는지 벌이 주변을 맴돌기도 하고, 가끔은 잠자리도 꽃구경을 왔는지 휙 하고 곡선을 깊이 그리며 날아갔다.  상쾌한 햇살이 엿뉘엿 질 때까지 어린아이는 턱을 괴고

한여름의 향연을 즐기곤 했다.


 그런 까닭 이어선지 호박과 친해지는 가운데 반려식물이란 말을 알게 되었다. 늘 화초와 같이 하며 살고 있긴 했어도 그 애들과 내가 함께 산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나랑 같이 사는 바에  기왕이면 나의 추억과도 함께 한다면 더 재밌겠다 싶어서 시작한 호박 키우기가 오늘처럼 줄을 매달아 줄 만큼까지 되었다.


 딸애의 물고기 기르기가 나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 애는 물속에 수경을 쓰고 헤엄치면서 바다세상 보는 놀이를 좋아하는데 아마도 물고기를 돌보면서 바닷속을 헤엄치며 바라보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물속의 삼총사



하늘 높이까지 차오른 여름 앞에서, 요즘처럼 친구 만나기도 고단한 때에 나름의 휴식처를 스스로 만들어가며 우리는 지금을 잘 살아낼 일이다.


높아진 여름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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