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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Nov 17. 2021

여의도 나들이

커피 주문하기

 점심 먹으러 나오라는 딸의 부름을 받고, 여의도역에 당도했다.  2년 가까이 외출다운 외출을 하지 못한 터라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특별히 햇살이 눈부신 날이라 양산도 선글라스도  챙겨 나왔건만 가방에서 꺼내지도 못했다.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은 햇볕을 쬐고자 그 딴것 들은 쓰지 않고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물이 개운한 국수와 빈대떡을 주문했다.

오미자  한 잔을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고명이 멋들어지게 올라간 국수가 나왔다. 여의도에 나오면 품격을 갖춘 국숫집이 있어 가끔 들르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국수 맛이 재미가 없다. 왜지?

내가 컨디션이 나쁜가? 하고 딸에게 호박나물 맛이 괜찮니? 하고 물었다. 나 그냥 그런 듯해요.

우리는 한 젓가락 두 젓가락 그것을 휴지 위에 꺼내놓기 시작했다.  이상하지?

그러네요.  조용히 직원을 불렀다. 그는 정중히 사과하며 새로 식을 해 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럼 고맙죠. 했다.


 내 생각엔 빈대떡까지 다시 해올 필요까진 없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식으면 맛이 덜 할까 봐 그랬다는데  아깝긴 해도  점심 기분  상한 것에 대해 상당히 보상이 되는 느낌이었다. 화장실  간다고 나갔던 딸이 계산을 했는지 카운터에서 금방 나올 수 있었다.  독서실에 있는 애라  짬을 이용해 만난 터라  오래  여기저기 다닐 수가 없어 최근에 생긴 가보지 못한 백화점 흉이나 실컷 봤다.  저 건물은  룩덜룩해 여의도 분위기와 덜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아 그거요~  짓기 전에 디자인 공모를 했는데 외국인  작품이 되었데요. 그런데  그 작가가 여의도가 싱가포르처럼 해양도시인 줄 알고

디자인을 했다나 뭐라나 그렇데요, 그렇구나. 그런 연이  있었구먼.


 기다란 횡단보도  사이로 펼쳐진 하늘에 뭉게구름이 바다인양 펼쳐져 있었다.

흉보던 백화점에 딸린 새로 생긴 커피 마시는 곳에  들어왔다. 건물 앞에 잘 그려진 그림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점심은 얻어먹었으니 커피는 내가

살 차례.

딸은 잠시 자리를  비웠고  나만 남았는데 계산대에 있는 사람들도 멋있고 이것저것 못 보던 풍경이 많다. 커피는 뭘 주문하겠냐?  카페라테 따뜻한 거요.  사이즈는요?  레귤러요.


  벨이 울려 가보니 커피는 가장 작은 크기로 나왔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받아왔다.  그래서 커피를 들고 돌아와 그 사이즈란 게 뭔지 공부해봤다.


작은 것: 숏

보통:  톨

큰 것: 그란데

이탈리어라는데 도무지 익숙지가 않다. 다음에 사이즈를 물으면 톨이라고 하고 싶다. 숏은 나의 취향이  아니므로다.


 그 사이 딸애는 돌아와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고 있고 난 이만  조용히  집으로 사라질 거다.  외출  그거 자꾸 해야지 자꾸 몰라지는 게 많아지려니까  겁난다.


  하늘이 퍽이나 예쁜 날 커피 사이즈 몰라서 얼굴 빨개질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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