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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Dec 31. 2021

물고기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

식사시간

 

일어나서 가족들과 함께 먹을 마침을  준비하려다 불현듯 집에서 키우는 물고기와  사람의 사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애의 수산업협동조합


수초도 있고 뽀글뽀글 기포를 내면서 작동하는  공기주입기도 어항 안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물고기들은 자기들만이 알고 있을  널따란  세상에서  이리도 가고 저리도 가면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 사람들도 그러겠지. 아파트라는 공간,  혹은 주택, 또는  밖의 삶의 터전에서  어느 정도의 틀은 있으되 그 안에서 기쁨도 느끼고 슬픔도 겪으면서 다들 살아가고 있겠지.


 라고 생각해 왔는데 요즘따라 식사시간의  물고기와 사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뭘 모를 땐 물고기는 무조건  주인이 주는 먹거리에 가서  당장 입질을 하고, 사람은 선택을 한다는 점이 다르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게 꼭  그렇지 만은 않다는 걸  요즘 나의 물고기들을 보고 다시 알게 된 게 있다.


 물고기 전문가는  아니다. 딸애가 사다준  송사리과에 속하는  열대어  비슷한 그 애들은 전에 키우던  애들과 같지가 않다. 먹이를 주면 이내 달려와서 나를 즐겁게 해 주었는데  이번의 송사리들은 나를 자주 실망시킨다.


 참! 뭐가 문제일까.

먹이가 너무 많아서인가 하고  조금만 주어도 대체  먹어볼 생각도 않는다. 그래도 걔네들이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안 먹고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어느 날 작은  알갱이 먹이를 주고  멀리서 그 애들이 눈치채지 않게  지켜보았다.

아!  

드디어  발견.

그 애들은  사람들이 단단한 쌀을  불을 이용해 부드럽게 밥을 만들어 먹듯이 단단한 알갱이 먹이를 적당히 불린 후, 먹기 편하고 소화해내기도  좋은 상태에서  그것을 자신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 제 살  궁리를 한다는 새로운 발견이다.


 삼라만상이  모두 그럴 거라는 짐작이 되는 게  숲의 나무들을 봐도 그렇다. 홍수가 났을 때 풍부한 물을 물주머니에 저장해 두었다가, 물이 부족한 시기가 오면  그것을 조금씩 꺼내어 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어제는 29살의  막내가  연금에 대해서 물어왔다.

그 애는 당장 필요한 목돈과 묶이는 연금 사이에서 갈등이 된다고 말해왔다. 2~3년 후 결혼을 계획하자니  집은 마련해야겠고, 그러자면 목돈이 많이 필요한데  연금을 들어 놓으면  그 묶인 돈을 당장 쓸 수가 없으니 연금 중요한 건 알겠지만, 참 마음내기가  잘 안 된다고 했다.


 막내가 성인이 되어  사는  세상은 아파트값이  삶을 막연하게 만들고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금방 큰일 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하는 세상이다. 아파트가 비싸져서 내 삶의 터가 없어진다면  지금 사는 곳에서 멀리로  가야만 된다는 격리 불안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최근 본인이 알아낸 가난한 노년의 슬픔도  그리  머지않은 날에 닥쳐올 거라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사실 우리 세대는 국민연금 말고 탄탄하게 따로 연금을 들어둔 사람이 많지는 않다.  늘 살만하게 누리며  살 수 있을 거라는  태평한  생각이  자칫 노년을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짐작을 잘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다른 것 같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파트는 때때로 비싸지기도 하고  바닥을 칠 때가 있기도  하다.  살면서 보니까 그렇다. 그래서 아들에게 말했다. 아파트와 연금만이 재테크의 모든 것은 아닐 거야. 최소한의 삶의 터전을 지니면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명료한 답이 될지도 몰라. 1초마다 변하는 세상에서  정답도 언제든 변할 수 있겠지만 말이야. 내게 맞는 삶의 방식을 잘 들여다보면서 찰지게 살아가면 좋겠다고.

예를 들면

건강 규칙적인 운동생활

취미 해서 기쁜 놀이 찾기

친구 늘 맘 깊은 곳에 보고 싶어지는 친구 두기

여행 삶이 먼지투성이일 때

풍욕을 즐기며 떠날 수

있는 여행 즐기기

이웃  현관문 열 때

힘들 것 같은 어른을 만났을 때

 문  열어 드리는  마음 가지기



  이렇듯 바람을  써보니 좋다.



 작은  물고기들조차도  제가 먹을 먹이 앞에서  내게 어떤 상태가 이로울까를 연구한다. 위험 물체가 다가오면 수초 아래로 숨어 버리고, 혹시 잡으려고  하면 아주  힘껏 줄행랑을 친다.

늘 변하는 세상 앞에서 가난한 노인이 되기 싫은 막내의 상담 신청도 그 애에게  지금 꼭 필요한   과정인 것 같다.


 물고기도 사람도 나무들도  제각기 자기식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한 아침이다.  그리고

세밑이다.


재테크 중 1번은 건강관리일지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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