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손에 잡히진 않는다. 그저 앞산굴뚝에 오르는 연기인지 수증기인지만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전화기에 뭐 색다른 연락이라도 왔을까 하고 수시로 열어 보지만, 그저 감감무소식이다.
앞산의 하염없는 굴뚝
운동도 거의 하지 않고 따복 따복 끼니만 채우다 보니까 급기야는 속이 맺힌듯해 뜨겁게 그리고 연하게 커피를 마신다.
연하고 따뜻한 커피
소화도 안 되니까 춤이나 출까 하고 음악을 뒤지다 보니까 별다방 뮤직이 뜬다.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듣기 시작했더니 머리가 점점 맑아지기 시작한다. 이름하여 홈카페인건가.
한가로운 물고기
물속의 베고니아
잘생긴 율마
아기 루꼴라
봄마다 오는 제라늄
왼편으로는 물고기들이 수초 속을 오가며 노니는 어항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고, 나의 머리맡에는 최근에 무지개다리를 건네 보내서 텅 빈 수반에 물이 가득하다. 거기에 스킨답서스와 베고니아 이런 것을 띄웠더니 그것 또한 떠나보낸 물고기 친구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엔 나름 도움이 된다. 키가 커다랗게 자란 율마도 이발을 잘해줬더니 180센티는 되는 핸썸한 아이로 자라 주었다. 그 옆으로는 이제 싹이 튼지 며칠 안 되는 루꼴라와 물뿌리개가 있고, 거기다 자전거와 또 해마다 겨울과 봄 사이에 기쁨을 주는 제라늄이 있어 여기는 홈카페이다.
좀 못 생겨도 좋고,
좀 말이 많아도 좋고,
좀 제 자랑이 심해도 좋고,
좀 남의 흉을 내내 보아도 좋고,
좀 드라마 얘기나 연예인 얘기만 해도 좋고,
좀 시어머니 미운 얘기만 해도 좋고,
좀 반지며 목걸이며 가방이며를 만날 때마다 바꿔가며 뽐을 내도 좋고,
다 괜찮으니 옆에 친구가 있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 둘이거나, 서넛이거나 하는 사람은 만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워낙 거센 바이러스의 기승으로 남의 집을 방문하기도 그렇고, 어떤 만남이든 자유롭지가 못하게 되었다. 위기는 3월이나 4월이면 우선해지긴 한다지만 지금이 너무나 고단하다. 그냥 있어도 지끈지끈 머리가 아프고 해서 자꾸 체온을 재보기도 하고, 평소 잘 쉬지 않는 한숨을 다 쉰다.
편한 것이 행복인 줄만 알았지만 그것이 아닌 것 같다. 이 꼴도 보고 저 꼴도 보면서 사는 것이 진짜 세상이었나 보다. 커피도 혼자 마시면 간단명료하다. 그렇기도 하지만, 거기에 이런저런 대화가 섞이면 그게 진짜 커피맛인 줄을 잘 몰랐다.
그리운 사람들 맘껏 볼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면서 별다방 뮤직과 함께 하고, 어린 루꼴라에 물을 뿌려 주면서 복작댈 내일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