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처럼 스치는 바람
덥다는 핑계로 아침식사는 미역오이냉국과 어제 먹고 남은 감자북어국 그리고 이것저것으로 적당히 아침을 갈음하고 탁구를 치러 갑니다.
휴가들을 가셨는지 회원은 반 밖에 안됩니다. 선생님께 레슨도 받고 게임도 실컷 하다보니 점심때가 됩니다. 몇몇이 월남 쌀국수집에 모였습니다. 고수를 더 달라 양파가 부족하다 하면서 부산하게 먹다보니 속이 뜨끈해집니다. 그래서인지 불볕더위가 그저 따뜻하다고만 여겨집니다.
집에 가봐야 땀만 흐르니 궁리를 합니다. 근처에서 제일 맛좋고 싸고 분위기도 괜찮은 곳으로 차를 마시러 갑니다. 커피나 기타 등등은 구색이고 우리는 끝모를 수다를 떨어 댑니다. 수다중에도 내일 만날 약속을 정하느라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합니다. 밑천이 다 동이나면 각자 적당히 낼 만큼씩 차 값을 내고 잘 먹었습니다를 고하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아침부터 하나도 손대지 않은 집을 향해 양산을 쓰고 해를 피해 걸어 옵니다. 카페에서도 붕어처럼 물을 마셨는데도 집에 들어서자마자 한잔의 물을 마시고 샤워를 합니다.
그리고는 편안한 휴식을 합니다. 여기저기 연락할 곳에는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기도 하고 평소 자랑스럽게 여기던 대자리에 누워도 보지만 오늘따라 따끈한 아랫목이 따로 없습니다.
'오이냉국이나 한사발 먹자!' 하고 한그릇을 뚝딱 먹어치웠습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이열치열이다. 싶어서 가장 짧고 간편한 옷만 입고 집안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1. 빨래 세탁기에 넣기
2. 그릇 세척기에 넣기 ( 씽크대 닦기 )
3. 마른 빨래 걷어서 개기
4. 각 방의 쓰레기통 비우기
5. 청소기 돌리기
6. 대걸레로 이방 저방 닦기
마지막으로 베란다에 걸레를 빨아 세워 놓고 욕실 샤워 말고 베란다에서 샤워하기 ( 참고로 욕실청소는 아침에 했으므로 제외 )
딱 두시간이 걸렸을까나.
아직 세탁기는 돌고 있지만, 다른 것은 다 깨끗이 했더니 여름 따위 무섭지가 않습니다. 집이 어수선해서 더 덥게 느껴졌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제 빨아둔 홑이불이
침대맡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대자리도 반듯하게 정리하고
책도 좀 높게 쌓아 놓고
어항에 물도 채우고
그러다 보니 창밖에서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선물처럼 스칩니다.
청소의 의미는
선물처럼 스치는 바람 그것입니다.
나를 흐뭇하게 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바로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