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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Apr 28. 2017

내가 좋아하는 친구

장점을 찾아봐


 첫 만남에서 그녀의 집엘 갔습니다.  대문 앞 계단에도 집안의 베란다에도 자갈만 한 감자가 널려 있었습니다. 그때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 점차 알게 됐습니다. 친정집에서 가져온 감자를 그냥 보관하면 썩으니까 말리는 중이었나 봅니다.  그녀의 집안에 들어서니 창가 쪽에 초승달 모양으로 화초를 배치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화분을 일자로 반듯하게 놓는데 그녀는 그렇게 동그만하게 해 놓았습니다. 벌써부터 그녀의 마음씨는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차를 내올 때도 나비처럼 다소곳이 다가와 내려앉았습니다.  그 간에 서로 오고 가고 수없는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내 안에 내가 너무 가득 차 있어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그녀는 내게 아무런 조언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미운 사람이 있어 조목조목 미운 얘기를 하면 "그럴 수 있었겠네. 화도 나겠다. " 이렇게만 말하고, 길길이 날뛰며 얼굴을 붉혀도 그저 듣기만 했습니다. 하다 하다 어느 날, "왜 내 얘기를 듣기만 하냐. 방법을 알려 줘라. 맘이 편해지는 방법을 말해 주라." 고 채근했습니다. 그때서야 그녀는 말합니다.

         


                       


 미운 그 사람에게도 장점이 있을게 아냐. 그냥 그것만 봐. 난 그게 편하던데..... 그리고 너무 싫으면 만나는 빈도를 줄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그래서 진짜로 그렇게 해 보니까 좀 살기가 수월해지기는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살면서 마음공부만큼 고단한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평정을 찾았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 다치고, 그것을 회복하느라 한참을 고뇌하다가 정상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상대의 장점을 보는 눈을 가지라고 말한 그녀는 꽃과 초록이 한창인 공원에서 만날 때도 내가 안 보일 때 숲에 살짝 숨어 버렸다가 나를 놀리며 화들짝 일어납니다. 그럴 땐 갓 피어난 함박꽃 같습니다.


 마음 안에 좋아하는 친구를 하나 가진다는 것은 참으로 큰 행복인 것 같습니다. 둘이면 더하고 셋이면 나무랄 데 없이 신나는 일이겠지만, 어쨌거나 내 사는 것에 대해 솔직히 말하고 아픔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복 중의 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토록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그 누구에게 보다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견해를 가집니다.  또한 나의 민낯을 보이더라도 어느 정도의 격은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늘 하소연만 한다면 그 친구가 싫어할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나를 갈고닦으며 점점 원숙해져 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친구와는 더 오래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함부로 조언하지 않습니다. 그저 있어줄 뿐이고, 들어줄 뿐이고, 어쩌다 물어볼 때라서야 겨우 한마디 해 줍니다. 말을 아낀다는 것입니다. 결코 자신이 완벽한 척도 하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지나치게 크지도 않습니다. 약속을 잘 지키고, 그것이 어려울 때는 꼭 미리 통보를 합니다. 그래서인지 더 소중하고 한 켠에 잘 간직하고 싶은 친구입니다. 효성이 지극한 그녀는 어버이날도 다가오니 노부모를 모시고 여행을 떠난다고 합니다.



 오월이 다가오고 신록이 아리따운 이즈음 좋아했고, 지금도 좋고, 앞으로도 그러려고 하는 그 친구에 대해 새롭게 고마움이 큰 까닭은 그녀로 인해 지금 내 마음이 평온해서일 것입니다.  한층 내가 나인 것이 행복하게 여겨질 수 있게 함께 해 준 그 친구가 있어 기쁘고 자신만만합니다.



 그녀는 조언하려 하지 않고

 그저 바라봐줄 뿐입니다.

 정말

 멋진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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