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또르쟈니 Jul 03. 2018

만남

아가야  이쁜 아가야

 사는 곳에서 공항 쪽으로 조금 가면,   베트남 음식을  깔끔하고 맛깔스럽게 하는 데가 있다.  이번 달은 나의 탄생 월이기도 해서 모임에서  그 집엘 큰 맘먹고 갔다.


 넓고 쾌적한 장소에 음식은  알록달록해서 기분조차 화사해졌다.  한숨을 돌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전체 분위기를 음미했다.  이번은  내 생일이니까,  우아하게 밥 한번 먹어볼까  하고  접시를 들고 윤기가 자르르한 초밥 앞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앞을 막으며,

ㅇ " ㅇㅇㅇ씨 아닌가요?"  그런다.

ㅍ" 어~~ 누구시죠?"

ㅇ"..........."

ㅍ"어~~~~ 서ㅡㅡㅡㅡㅡ. 안녕하세요? 친구분들이랑  놀러 오셨나 봐요.  그럼. 퇴직은 하신 건가요?

ㅇ"퇴직했지요. "

ㅍ"이 근처 사시나요?"

ㅇ"예. ㅇㅇㅇ씨는  ㅇㅇ에 살지 않나요?"

ㅍ"예.  저는 ㅇㅇ에 살고 있어요."

ㅇ"아!  그렇구나. "

ㅍ"예.  그럼 잘 놀다 가세요."


 옛날에 직장에 다닐 때  남편에게 밉상 언니라고 늘 흉보고 미워했던 직장 상사를 만났다.  만나는 순간 그 언니의 이름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소심한 복수를 했다.  "서ㅡㅡㅡㅡㅡ."  성씨만 말하고  그다음은 모르는 척했다.   30년이 다 된 지난 일인데도 그 언니는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도 확실히 알면서도  뒷꼬리를 흐렸으니,  그 언니가 볼 때는 내가 총기가 없어서라고 단정 지을 수도 있겠다.   기분이 묘해서 밥을 먹으면서  같이 있는 이들에게 그 언니 흉을 잔뜩 봤다.


 난 아직도 속물 중의 속물인가 보다.  따발총으로 할 말 다하고 나를 정당화하려고 애를 썼다.  일행들이 같이 동조는 해주었지만,  이 사람 참 골치 아픈 사람이네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10년을 근무했는데 유독 베트남 음식점에서 만난 그 언니만 너무도 불편하고 미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내 생각대로 상대가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 언니는 높은 양반들에게는 " 네네네" 그러고 우리들에게는 쌀쌀맞고 표정도 굳어있곤 했다.   

정말 밉상이었다.  



 요즘엔 직장에서 평면으로 일하는데도 많아졌다고 들었다. 호봉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 협업을 한다니 멋져 보인다.   위에서 억압하고 아래에서는 불만이 꽉 찬 직장형태는 아무래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수평관계로의 회사 분위기라면 더 따뜻해 보이고,  끝내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모를 일이다.   내가 미워한 저 언니가  내 아이들 상견례 자리에 시어머님이나 장모님이나  아니면  사돈댁 친척쯤으로  등장할지도.

그래서 올 때는 그 언니가  어느 테이블에서 식사 하나를  찾아보고,   맛있게 드시고 가라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녀의 표정도 좀 떨떠름해 보였다.





 어른이 되고부터는 마음 정리도 되고 평안해져서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맞곤 하는데, 그날의 만남은  참 생각 외로 기분이 별로였다.  철없던 시절의  매끄럽지 않은 관계라든가 처신,  이런 것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온몸을 오싹하게 했다.   지나온 날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참 그때는 왜 그리 편협했었나 하고  얼굴을 감추고 싶은 맘까지 든다.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순간을  곱게 살아낼 필요가 있구나 하는 것을  이번 일로 다시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그 언니는 내가 자기를 미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는데,  나만 혼자 자격지심에 그 이름을  30년이나  기억하고 있었다니  이제는 털어버려야겠다.  그리고 혹여 다시  어디선가 만나게 된다면,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언니를 되게 미워했었노라고 말하고 화해를 청해 보려고 한다.


 이제는 내게 미운 사람이 진짜 없는 거겠지 했었다. 아무도 미워하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날 만난 언니에게 그렇게 큰 억하심정을 가졌다니  새로운 발견이다.



아가야.

내 속에 숨은 미움 아가야.

이제는  내게서

저 멀리로 떠나렴.



아가야.

이쁜 아가야.

이쁘게

이쁘게 살려무나.

작가의 이전글 창조주를 믿나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