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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Aug 08. 2018

나의 일상이란 없는 건가

나만의


새벽 다섯 시 : 남편 운동 간다고 모닝콜에 불 켜기.

                       물 한 잔 줘.

6시 30분 : 둘째 아이  출근한다고  모닝콜에             

                    식사 준비. 배웅.

7시 30분: 큰 아이.  셋째 출근과 등교로  모닝콜과    

                  아침식사 준비.

8시 반: 설거지.  빨래 세탁기에 넣기.  집안 청소

              그리고 씻기.

10시: 이제야 내 시간.    아직도 세탁기는 돌고 

            있으니 아직 일이 다 끝난 건 아님.


 꼭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건 탁구와 중국어 그리고 헬스나 기타 등등은  시간이 여유로울 때 한다.  규칙적으로 헬스를 하면  좋을 테지만,  그 부분만은  왠지  꾀가 나고 덜 적극적이다.   따지고 보면  집안일을 하고, 바깥나들이를 하고, 문화센터에도 다니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도  해소되지 않는 게 있다.





 그것을 풀 수 있는 방법으로 혼자 매미소리를 들으며 종아리 밑에  아이스팩을 수건으로 싸서 깔고,  냉 녹차 한 잔과 함께 글을 쓰는 일을 택했다. 

매끌매끌한  감촉의 펜으로 하얀 종이를  한 칸 한 칸 메꾸어 가는 일은

어여쁜 소녀가 수를 놓는 것과,

농촌의 아낙이 농사일을  할 때 한 땀 한 땀 씨앗을 심는 것과 같고,

공사판에서  아저씨들이 철근으로 또는 시멘트로  한 층 한 층 건물을 올리는 거나 진배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39도의 불볕더위가  거의 한 달째 지속되자니  관리실  전기담당 아저씨가  초인종을 누른다.

"작년의  2배에 해당하는 전기를 사용하셨습니다.   놀라지 마시고,   전기 사용을 자제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 하고 돌아간다.   그래서  가족에게 다

알리고 나 또한 생활태도를 바꿨다.




첫째로,  집안을 더 정결하게 하고,

둘째,  정리정돈을 잘 해보고,

셋째로,  시원한 얼음을 먹지 않으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필요에 따라 먹기로 함.

넷째,  아이스팩 이용하기 (종아리가 아주 시원함)



 이렇듯 여름 나기란 여러 방법이 있겠다.  돌이키건대 예전에는 그랬다.



첫째,  삼베나 모시 등 시원한  소재의 옷을 입는다.

둘째,  가끔 등멱을 한다

셋째,   수박은 끈을 달아 우물에 담갔다가  

            시원해지면 먹는다.

넷째,  열무김치는 동네 굴속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 먹는다. (그 맛은 일품!)

다섯째, 소나기가 내리면 토란잎을 머리에 쓰고

              비를 맞으며 춤을 춘다.

여섯째, 너무 더우면 냇가에 나가 물놀이를 한다.

일곱째,  어르신들은 동네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모정에서  장기를 두거나, 바둑을 두거나,

               낮잠을 주무신다.

여덟째,  해질녘이면  비석 치기나 땅따먹기 등을

               하면서 논다.

아홉째, 부채를 사용한다.



 지금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첫째,  에어컨을 빵빵 틀고 산다.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두려움 감수)

둘째,  책 들고 도서관 가기

셋째,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가기

넷째,  카페에 가기

다섯째,  밤늦게 바닷가를 찾아가 맛있는 거 사

                먹고,   빙수도 한 사발 비우고 돌아오기





여섯째,  깨끗이 씻고,  선풍기와 냉녹차와

               아이스팩으로 여름 나기

일곱째,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땀을 흘려

               몸을 튼튼히 하기

여덟째,  수영장이나 해수욕장 찾아가기

아홉째,  영화관에서 잘생기고 날렵한 탐 크루즈와    

                데이트하기 등등.



 예전에는 자연으로 여름을 견뎠는데 요즘은 숲도 근처에 많이 없고, 나만 즐길 수 있는  냇가도 흔하지 않아서인지 더위를 이겨 내는데  에너지를 써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선풍기도 아이스팩도 냉녹차도 에너지의 산물이지 않은가.

지나친  폭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린 죄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어제가 입추여서인지, 매미소리도  왠지 가을 귀뚜라미와  곧 합창을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에  이 더위가 덜 두렵다.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나의 일상도 상당히 맛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족의 뒤편에 서서 나의  역할을 해내면서  또한 나만의  생각,   나만의 시간을 가질 줄  아는  멋진 일상이지 않은가. 그림을 그리든, 노래를 부르든, 악기를 다루든,  아니면 예쁜 손글씨를 쓰든,  그 무엇을  하든  자신만의 것을 지니고 산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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