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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Jan 31. 2020

복을 짓는 사람

어머니 이 약 드시고  건강해지세요

 세상에는  배우는 건 많은데 도무지  쓸모가 없는 사람도 있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꼭 쓰임새 있게  잘 살아내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예 배우는  일에는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저 자기에게 빠져서  제 잘난 멋에 살든가, 아니면 그 속에서 허우적 대면서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내 주변에는 평소 적당히 바라보고,  서로 간의 간격을 유지하며, 각자  잘 살아내는 모양새를  조심스럽게 드러내며  지내는 동생이 있다.   예전부터 성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종종 해오긴  했지만,  이번에 그녀가 시어머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새로운 것을 하나 더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의 시어머님은 지방도시에서 살고  계셨는데 사회활동도  활발하게 하시고,  상당히 멋지게 사는 분이라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팔순이 넘자,  몸이 아무래도 여기저기 좋지가  않은 데가  생기신 모양이다.  하는 수없이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게 되셨고, 그러자니  큰아들인 그녀의 집에 머물게 되셨다. 남의  집 일이라 세월 가는 줄 몰랐는데 벌써 두 달이 되어 간단다.

그 사이  다른 자녀들 집에도 다니러 가시곤 했는데 어느 날은 별로 누구를 칭찬하기를 안  하시는 분이 며느리 칭찬을 하시더란다.  



 들어보니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녀는 어머니께 약을 드릴 때면  "어머니 이  약 드시고 얼른 나으셔요!"

그러면서 드린단다.  밥상을 차려 놓고도 "맛있게 드시고 기운 차리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지 뭔가.



 사실 나 같은 경우에도 시어머님을 존경하고,  속으로 좋은 분이라고  여기며 살기는  했어도, 음식을 차려놓고 "어머님. 진지 드세요!라고는  자주 했었다.  하지만,  "어머님.  이거 드시고 몸도  낫고, 건강해지세요!"

하는 식으로 친절하게 말씀드렸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고 보면 이웃 동생은 여기저기 공부만 하러  다니는 허울만 그럴싸한 주부 학생은 아니었던  것이다.


                       복을 짓는 사람


 배운 것을 허투루 하고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아닌,  제대로 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다시  보이게  되었다.   그녀는 음식봉사를 가서도 가난하고 세상살이에  지쳐 찾아온 이들에게 식판을 내밀며 "맛나게 드세요. "

라며 정답게 말한다고 했다.  그저  따뜻한 밥 한 그릇 하러  온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는데 거기다 정겨운 말까지  더해지면, 그 영혼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그래서  한 가지 실천해  보고 싶은 게 생겼다.  우선 가족들에게라도 "맛있게 먹고 힘내세요." 라든지

" 이거  먹고  활기찬 하루 보내세요."  등등의 말을 보태보려 한다.   한 끼  밥 차려 주며  고단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다면, 그것을 먹는 사람이 어찌 힘을 낼 수 있을까.  대하기 어려운 시어머님께도 그토록 듣기 좋은 말을 하는 며느리도 있는데, 하물며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하는  일이라면, 그래도 해봄직하지 않은가.   어차피 수고롭게  만든 음식 앞에서 기왕이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아니면 뭔가 염원하는 바를 더한다면 그은 바로 보약이 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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