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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Feb 17. 2020

젊은이에게 얻어맞았다

운동하면서

 사회  초년생 때부터  좋아하게 된  탁구를  기회가 되어 시작한 지 7년째다.   첨엔 토요일 하루만  나가서 배우게 됐지만,  똑딱똑딱 맞아떨어지는 재미에 몇 달이 지낸 후에는  화목반에도 가게 되었다.  나의 운동은 그래서 탁구로 결정된 거나 다름이 없다.   


 등산도 해보고 수영도 3번이나 도전해 보았고, 댄스스포츠나 요가나 헬스도 입문해 봤지만  제일로 만만하고 재미난 운동은  탁구였다.  


똑딱똑딱 맞는 소리가 좋았을까.

아니면  잘 맞아서 신이 났을 때 질러대는 소리가 개운해서였을까.  

또 다른  이유로  보자면  복식으로 네 명이 조를 이뤄 치니까  그 움직임이  맘에 들어서였을까.

또 그것에 더해서 끝나고 사람들과 하는  뒤풀이  때문일까.


 여러 가지 복합적인 까닭이 있어서이겠지만, 더 특별한 이유를 들자면,  

첫째는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고

둘째는  주말에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기쁨이 있고

셋째는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넷째는 자주 웃을 일이 생겨서 이기도 하다.


 코로나 19로 세상이 뒤숭숭해도 어김없이 주말은 왔다.  나름대로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면서  서너 명만 빠지고 다들 모여서 재미나게  각 테이블에서 치거니 받거니 하면서 놀았다.  중간에 누가 간식도  준비한다고 하니 그것에 대한 기대도 되고,   하여간 직장에서 쉬는 사람, 나처럼 쉬는 남편하고 같이 운동하는 사람,  등등이 모여 다들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 역시 이  팀  저 팀  바꿔가며 즐기고 있던  차에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하는 한  팀원이 내 파트너가 되었다.  그는 나보다는 많이 젊은 회원으로 동작이 크고 그야말로 남자다운 폼으로 운동을 한다.  거기다 그는 늘 회원들을 코치하던 사람이라 나와 팀이 되어서도 이래라 저래라를 했다.   운동 중이라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듣겠고,  슬쩍 불편해졌다.  '왜 이래야 하지.' 싶기도 하고 찜찜한 기분에서 탁구를  치고 있는데 그 회원에게 때마침 공격 찬스가 왔다.   그가 공격을 하자,  휙 하고  공중으로 뜬 라켓이 탁  하고  내 한쪽 얼굴을  베어내는 느낌이 났다.  " 엄마!" 하고  얼굴을 부여잡고 한참을 있으려니 스무 명이  넘는 회원들이 전부다  운동을 멈추고 무슨 일인지를  살폈다.  한쪽 볼이 떼어져  나간 것  같아 꼭 붙잡고 있던 손을 쬐끔 열어 보았다.   생각보다 심한 건 아니었지만  금세 광대뼈 주변에

길게 한일자로  시커먼 멍이 들어  있다. 다들 어쩌나 걱정하고,  웅성웅성하고 있고,  무슨 연고를 발라야 하는지 당황하고 있을 때 남편이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얼마 되지 않아 2층 당직실에서 냉찜질팩을 가지고 돌아왔다.  찬 것을 가지고 있던 수건에 싸서 얼굴에 대주었다.  그것을 붙들고 고개를 들어보니 회원들은 다들 얼음땡이 되어 있다.  그때서야 제정신이 들어 "괜찮으니 게임들 하세요." 했더니  영화 필름은 좀 전처럼 다시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  남편에게 궁시렁도 거리고,  서로 너는 못났고 나는 잘났다거니  하면서  가끔씩 쿵쿵거리며  살기도 했는데 이번에 이 사람의 순발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냉찜질팩을 득달같이 달려가서 가져오는 것을 보고 이 이가 내편인 게 확실해졌는지 그때부턴 이 아픈지 떼져  나간 건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저 머릿속이 환해지고 말았다.  지금도  얼굴은  멍이 들고  부운 상태이지만,  병원에도 가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이 신나지니까 멍 정도야 시간이 가면  나아지겠지 하는  밝음이 생겨났다.  


 운동하다 다치지 않으려고 조심해야 하는 건  늘 그래야 하지만,  어쩐지 이번 주말처럼  어떤 사람한테 얻어 맞고도 그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환해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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