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주말

by 이안


멍-.


아무 생각도 감정도 없이 카페로 향한다. 흠, 좋은 건가? 가기 싫다는 감정이 요동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해 놓은 로봇처럼 걸어가서 늘 그렇듯 오픈 준비를 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카페의 피크타임을.


와, 주문표가 파도를 친다.

매장, 배달 뒤섞여 쌓여가는 모습을 보니 웃음만 나온다.

당황하지 말고 해야 한다.


우선 들어온 매장 손님들의 음료부터.

어르신들이었다. 남자 넷, 여자 넷.

옹기종기 모이셔서 카페라테 4잔과 차 4잔을 주문하셨다.

차근차근 머그잔 8잔을 차례로, 차를 우리고, 샷을 붓고,

유튜브로 배운 우유 스티밍으로 '라테... 아'까지는 간, 따뜻한 카페 라뗴를 완성했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안경을 쓴 남자 어르신이 오셔서는, "어이구 예쁘게도 만들어줬네"

아트도 못 간 라테를 예쁘다 해주셨다.

정신없는 와중에 그런 말을 들으면 그래도 힘이 난다.


자, 다음은 배달이다.


디저트를 열심히 만들어 놓고서,

라이더 분이 바로 받으실 수 있도록 포장까지 꽈악 해놓는다.

주문이 들어온 순서대로 다시 매장 손님의 디저트를 만들 차례,

그런데 저기서 미간 사이가 가까워지며 오시는 한 아주머니 그리고 라이더.


"오래 기다린 것 같은데, 우리 거 언제 나와요?"

답을 할 세도 없이 라이더 분이 오셔서 바로 포장한 것을 가지러 가는 동안,

"지금 여기 주문 많잖아요"

라이더 분께서 대신 목소리를 내주셨다.

아르바이트생으로서 그 순간 할 수 있는 말은, "주문이 밀려서요"라는 변명대신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뿐인데, 얼마나 감사했던지!


시크하게 배달을 받고 가셨다.

그리고 곧 매장 손님의 메뉴를 만들고 아까 그분께 드릴 때,

"안 나오는 줄 알았네" 조금은 누그러지신 표정으로 받아가셨다.

매장이 바쁘고, 혼자 일하는 나를 이해해 주신 모양이다.



일을 한다.

돈을 벌어야 하니, 우선 한다.

적성이든, 흥미든 일단은.

그래서 무미건조하고 자주 힘들기도 한데,

가끔 만나는 사람 냄새나는 작은 말과 행동이 힘이 된다.

그 힘으로 그만두지 않고 일을 하기도 하고,

또 그런 분들을 보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 누군가에게 작지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좋은 나비효과를 바라기도 한다.


별로 좋아하지 않은 일에도

생각지 못한 배움과 사람과 이야기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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