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꾸준히 01화

001 바보처럼 묵묵히

by 이안




마음이 괴롭고 힘든 한 달을 보냈다. 아주 어린 아기였을 때부터 함께 커온 우리 고양이가 아팠다. 자발식이가 없어 동물병원에서 콧줄을 달고 매일 2시간씩 유동식을 급여하며, 아이의 컨디션이 곧 내 기분이었다. 잠깐 한눈 판 사이 콧줄을 떼버려 악화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하려던 일들도 모두 멈췄다. 창 밖으로 맑은 하늘이 보일 때면 조금은 미웠다. 거리에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만 봐도 슬픔에 젖은 부러움이 밀려왔다.




그런 우리 고양이가 이제는 조금 나아져 콧줄을 뺐다. 여전히 밥은 잘 먹지 않지만, 컨디션은 처음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못했던 공부와 취미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만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앞으로 뭐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많은 것들을 놓았던 탓에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일단은 도전해 보기로 했다.




언젠가 유튜브 알고리즘에 들어온 분의 책이 이북에 새로 들어와서 처음 몇 장을 읽어보았다. 막막한 내일에 희망을 주는 내용이 있어 자주 읽으며 생각의 힘도 기르고, 다시 나아갈 내적 체력을 길러보려고 글을 쓴다.




작은 결단들에서 언제나 선한 결단 쪽을 택해서 묵묵히 가노라면, 그것이 쌓여 마지막에는 무엇이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 할 때면 목전의 이득보다는 올바른 쪽으로, 긴 안목으로 해왔더군요.


누구에게나 공평한 스물네 시간, 버릴 건 버리고, 조금 손해도 보면서, 조금은 바보같이, 자신의 뜻을 바르게 세워보고 그에 따라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_「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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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커진다. SNS를 보면 단기간에 어떤 성과를 내고, 어떤 커리어를 쌓았다는 솔깃한 콘텐츠들과 그것들을 공유하는 것이 SNS의 순기능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SNS는 작은 세상이라서, 그 세상에서는 마치 정답처럼 여겨져 꼭 나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초조함과 조급함에 휩싸여 내 뜻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괴테 할머니의 말씀대로 내 뜻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사람들과 평범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매우 지루하게 삶의 감각을 느끼며 살고 싶다. 사랑하는 이가 아파 돌보며 지내다 보니, 그냥 평범하게 숨 쉬고 밥을 먹고 TV 좀 멍 때리며 보다가 자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예전에는 지루함에 우울감이 오던 일들이 말이다. 그래서 내 사람들 아프지 않게 하는 것. 그러기 위해 부지런히 배우고 벌고 강해지는 게 목표가 되었다. 개인적인 목표에 더불어 다른 이들에게도 일상의 특별하지 않는 지루함의 가치에 대해 은은하게 전달하고 싶다. 작고 천천히, 묵묵히.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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