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엉망이 되었다. 강급을 해야 하는 고양이에게 사료를 둥글게 뭉쳐 알약처럼 먹이다가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가 나란히 물렸다. 스스로 먹지 않는 아이에게 속상하고, 매일을 쏟는 시간과 노력에도 우리 야옹이는 알아주지 않지만, 그래도 화내며 있는 것이 고맙다. 아이가 아프고 일상은 멈췄지만 여름은 계속되고 있다. 어느새 매미가 나무에 달라붙어 아침마다 맴맴 울고, 햇빛은 더욱 강렬해져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윗집은 여전히 어린아이가 뛰는 소리에 천장이 방방 울린다.
예전 같았으면 소음, 더위에 짜증이 먼저 앞섰을 것이 요즘은 그저 그런대로 듣게 된다. 여름이니까 매미가 울지, 아이니까 뛰어놀지. 다 살아있는 것들의 소리로 들려, 화가 나도 화를 내지 못한다. 저 소리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을 걸 생각하게 된다. 어떤 생명과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는 건, 끝이 반드시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만남을 지나 웃고 싸우고 장난치던 그 모든 과정에도 흐뭇하게 바라보는 힘이 약해졌다. 끝을 안다면 다시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했을까, 알아도 몰랐기에 서로를 낭비하며 즐거울 수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