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반 만의 약속. 좋아하는 동네, 좋아하던 것들을 했다. 모든 걸 말해도 괜찮을 친구와 만나 시원한 커피를 팔고 있는, 팝송이 흐르는 카페에 왔다. 높지 않은 건물들에 햇빛이 뜨거워 익어가는 거리. 37도에 육박하는 기온은 나를 녹이고 있었으나 마음은 반갑고 그리웠다.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친구에게 고백하듯 말했다. 단지 어떠한 일이 있었다고 가볍게 꺼냈다. 깊은 이야기는 부담이 될 것 같아 그것까진 묻어놓고. 나는 시선을 피한 채 테이블 위 냅킨을 만지작 거렸다.
"그랬어? 반려동물 아프면 힘들다던데..."
이해와 공감, 그뿐이었다. 마음속에서 꺼낸 말, 거기에는 희망이 싹 틔우고 있었고, 그건 아마도 친구에게서 받은 것 같다.
희망은 조용히 몸집을 키워갔다. 아픈 고양이를 하루 종일 돌보며 하지 못했던, 차마 시도조차 어려웠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집 가는 길, 유명한 빵집에서 빵을 사 와 오로지 나를 위한 소비를 했다. 어느 날은 누르기 힘들었던 영화 재생버튼을 눌렀다. 즐겨 듣던 노래도 틀었다.
노래도 영화도 콘텐츠를 즐기지 못한 건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약간, 그리고 서툴어진 집중력이 조금, 작은 변화도 불안했던 감정의 복합적인 결과였다. 서서히 일상을 찾아가기 위해 아주 작은 꿈틀거림을 지속해보고자 한다. 늘 똑같던 아침도 예민하게 느껴진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이제야 들리기 시작했고,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가족과 나를 위한 아침도 준비하기 위해 가스레인지에 불을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