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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미정 Sep 30. 2022

스무살의 첫 아르바이트

세상에 내던져진 첫 경험

3,2,1 HAPPY NEW YEAR! 

19살이던 2021년이 가고 성인이 되는 2022년이 왔다. 드라마틱하게 변할 것 같던 나의 주변 상황들은 기대와 달리 19살이던 어제와 같았다. 그리고 느낀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레벨 0짜리 아무개가 갑자기 사회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이제 뭘 해야하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인터넷에 '20살이 되면 해야할 일'들을 검색해보고 있었다. 어느덧 9월이 다 지나가고 있는 지금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있는 그대로 놀아볼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불안과 걱정이 가득했다. 성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책임감에 억눌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현재의 즐거움보다 미래의 준비와 계획으로 오늘날들을 보내버렸다. 그렇게 방학동안 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첫 아르바이트를 앱에서 열심히 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빵집에 지원했다. 면접 보러 오라는 소리에 일단 지원은 했지만 '가지 말까?'망설였다. 처음 지원했던 곳이 될 줄 몰랐다. 그곳의 첫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경력도 없던 내게 '할 수 있겠어요?'라며 언짢은 표정만 짓던 분이 생각난다. 교육 받은 후 다음 날부터 알바생이 되어 지금까지 하게 되었다. 정말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실수도 많이 하고, 멘탈도 키워나가게 되었다. 


첫 한달은 재밌었다. 집에서 미래 걱정만 하다가 밖으로 나와 사람들 만나고, 돈을 벌면서 그래도 뭔갈 하고 있다는 안심이 들었다. 또, 별의별 사람 다 만나는게 흥미로웠다. 기억에 남는 손님은 어린 아이 손님이다. 조그마한 아이가 계산을 하고 있는 내게 '예쁜 누나다'라며 나를 미소짓게 했다. 입에 발린 소리인지, 진심인지, 무튼 그런 말이 없어도 어린 아이들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순수하고 예쁜 에너지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힘들고 지쳐도 어린 아이들이 왔다 가면 그 후로는 즐겁게 일을 하게 된다.


어린 아이가 아니어도 나를 기쁘게 하는 손님들이 계신다. 계산을 하고 내게 남기시는 짧은 멘트들이 힘이 나게 한다. '수고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등등. 딱딱하고 아무 말없이 계산만 하고 가시는 분들이 많은 날이면, 일할 힘이 안난다. 모든 이들이 기계처럼 보이고, 나 역시 기계처럼 일하고 있다. 그러나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남겨주고 가시는 분이면, 긍정적인 마음이 들어 힘들어도 일을 이어나갈 계기가 된다. 

강아지를 매번 데리고 오시는 단골 손님도 계신다. 한 4번 쯤 오셨을까? 그때가 되어서야 강아지 이름을 외워 나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님 손님이신데, 매번 그렇게 강아지를 데려 오셔서 강아지 자랑만 하시다 가신다. 


또 다른 할머님 손님은 항상 같은 빵을 사가시면서 항상 같은 말을 하시고 가신다. '나는 아침을 적게 먹고, 대신 이 빵에다 커피 마시면서 티타임을 해요.' 똑같이 듣는 말이지만 나는 다른 대답을 해드린다. 같은 말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 분의 따뜻한 미소와 어조 때문에 나도 편안한 상태가 된다.


그렇지만 친절하지 못하신 손님들을 만날 때가 있다. 나름대로의 대처법도 생기게 되었고, 그들의 예의없고 막무가내인 행동과 언행을 보면 사람에 대한 애정이 곧 사라진다. 그럴때면 '어떻게 인간이 되어서 저럴까'의문이 든다. 정말로 왜 그럴까?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가 1도 보이지 않는 것이 내가 그 사람을 그렇게 평가하게 만든다. 


아르바이트생으로서 나는 빵을 계산하는 순간만 손님과 대화하게 된다. 1~2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만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사람의 결이 느껴진다. 소심한지, 적극적인 성격인지 등등. 예의있고, 여유가 느껴지는 손님들이 아주 조금 있다. 차분하고 감정의 동요가 없는 어조와 여유가 느껴지는 행동. 그런 분들을 만나면 1차적으로 무례한 손님이 아니라는 안심과 2차적으로는 존경심이 든다. 사람마다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르고, 그것이 처음 만나 짧은 시간을 공유했더라도 느껴지는 것을 깨달았다.


아르바이트를 처음 한 한달간 느꼈던 새로움과 재미는 점점 그 농도가 옅어졌지만, 아직도 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 만나는 재미로 이어가고 있다. 다음엔 또 다른 분야의 아르바이트를 도전하고 싶다. 이번이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추구했다면, 그때는 새로운 분야의 일을 경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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