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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미정 Oct 05. 2022

서울쥐 시골을 동경한다

도시에서 두려워해야 할 것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며 벗어났던 적이 손에 꼽힌다. 서울은 추억이 깃든 고향이지만 가장 떠나고 싶은 곳이다.


초등학생때 친구따라 아람단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시골로 가서 야영을 하고, 다양한 훈련과 체험을 했다. 모든 게 새로웠기에 당연히 즐거웠다. 하지만 이때는 서울과 시골 사이 차이를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도시와 시골정도로.


명절때면 할머니댁으로 내려갔다. 정말 깡 시골. 과자도 종류가 8개 정도 밖에 안되는 구멍 가게 하나 있고 온통 논, 밭 뿐이었던 시골이었다. 나이의 숫자가 하나씩 올라갈때마다 시골에서의 생활이 다르게 느껴졌다. 서울에서의 하루와 시골에서의 하루는 24시간으로 똑같았는데, 이상하게도 시골은 1초가 1분처럼 흐르듯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할일을 모두 다해도 그제서야 해가 지는 시골은 나의 생활을 있게 만들어준다.


'나는 언젠가 꼭 시골에서 살거야' 친구들에게 말하면, 누구는 공감하고 누구는 '시골이 왜? 거기 벌레도 많고 심심하잖아'라고 답한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근데 나도 벌레를 싫어하고, 어둠을 무서워하는데 살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귀촌의 꿈이 어쩌면 그저 꿈일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만을 생각하면서.


그러나 부산여행을 다녀오고, 시골마을을 걷다보니 귀촌에 대한 나의 꿈을 목표로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서울, 도시는 모든 게 가능하고, 모든 것이 있는 편리한 곳이다. 밤새 꺼지지 않는 불빛들 덕분에 늦게 귀가해도 크게 무섭지 않고, 어디든 와이파이가 터지고, 24시간 어디에 있는 배달 맛집을 이용할 수 있으며, 주변에 놀거리가 무척이나 많다.


반면, 시골은 늘 그러한 곳이다. 잔잔하고 때로는 지루할수도 있다. 놀거리는 부족하며, 배달도 안되고, 해가 지면 금방 어두워지며, 어딜 가려고 하면 차가 필수다. 


그러나, 내가 가장 두려워 해야 할 것은 벌레와 어둠과 불편함이 아니었다. 뻥 뚫린 풍경과 하늘을 바라보면 나의 생각도 한계를 잊고 뻗어나간다. 경쟁 상대가 보이지 않고,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라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두려워할 것은 도시 속 높은 건물들로 빽빽하게 갇힌 나의 사고였다.


자유를 추구하는 내게 시골에서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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