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름미정 Mar 13. 2023

안녕 봄



아주 오랜만에 외출을 했고, 추운 겨울보다 많아진 사람들에 놀랐다. 미세먼지가 나빠 하늘이 뿌얘도 사람들은 많이들 놀러 다녔다.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걷는 것만으로 의욕 같은 게 생긴다. 


그리고 처음으로 마주한 자유의 봄. 내게 주어진 숙제 하나 없는 봄. 


학교라는 곳을 들어가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봄은 내게 완벽히 새시작의 설렘과 기쁨만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새로운 반배정,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다시 시작해야 할 또 다른 과제들. 그래서 봄은 내게 늘 긴장해야 하고, 낯섦을 경험하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계절이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물론 해야 할 목표들이 있으나, 이 순간만큼은)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동안의 기억과 감정들이 몸에 남아있나, 약간의 불안과 설렘과 간지러움이, 그때의 내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추운 겨울이라서 추위와 눈과 움츠러듦으로 뒤덮였던 세상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사람들도, 거리도, 세상도 점차 가벼워지고 밝아지는 게 보여서, 그 생기가 내게도 전해진다. 


학교가 아닌 세상에 있는 지금은 서서히 긴장의 봄이 아닌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나들이 온 사람들의 활짝 핀 미소가 떠오르고, 추운 바람을 따뜻하게 가져가주는 햇살의 봄이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지키는 것의 어려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