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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Jul 24. 2023

서울에서 멀어졌다. 마음은 커져갔다.

강릉 혼행 1일차 ep1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의 강릉을 맞이하기 위해 나섰다. 여름이구나, 알 수 있는 어둡지 않던 새벽. 서울은 오늘 내일 비가 온단다. 내가 가는 그곳, 강릉은 30도를 육박하는 쨍한 날씨. 기대가 된다.






본래 오픈 시간보다 일찍 연 호밀 호두 덕분에 기차에서 마실 음료를 구입할 수 있었다. 아침이라 많이 달지 않기를 바라면서 시원하면서 조금 달달한 음료를 바랐던 말도 안 되는 마음. 그 마음 때문에 호밀 호두를 뒤에 두고 의자에 앉아 뭘 고를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고른 음료는 페퍼민트 음료와 찰보리빵. 근데 어머나.. 딱 원했던 맛. 페퍼민트의 시원함과 시럽으로 약간의 달달함. 성공적인 시작이다.





청량리역 열차를 기다린다. 

곧 온다는 열차. 그리고 가득 채워지는 역사 안. 관광객이 많아지면 안 되는데, 내게 진정한 쉼은 홀로 있는 것, 그리고 홀로 자연과 존재하는 것. 

점점 가까워지는 출발 시각, 그리고 점점 몰려오는 사람들. 

그 숫자들의 진척됨에 따라 내 복잡성도 커져만 갔다. 

'부디 괜찮은 여행이 될 수 있길' 바랐다.





17D 좌석을 예매했던 나는 아무도 옆에 앉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서울역에서부터 이미 출발했던 기차는 17C에 누군가를 앉혔다. 외국인이었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학생 같은 외국인. 

처음 KTX를 타는 것인가, 

좌석 앞에 붙은 책상 걸이를 꺼낸 나를 보더니 자신도 곧 책상 걸이를 꺼내 음료와 간식을 올려놓는다. 

좋은 향기가 나던 그분이 좋은 여행을 하길 바란다.



비온 뒤라 구름들은 더욱 존재감을 뽐내고, 산과 어우러져 더욱 웅장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꿈에 그리던 산과 하늘과 풀과 땅과 집들.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한다. 

땅과 가까워서, 시골을 지나서 그래서 나는 꿈속에 들어갈 수 있어서. 

휴대폰을 꺼내 한동안은 집어넣을 수 없었다. 

눈에 담고, 기계에 담아 오래도록 꺼내 보고 싶었으니까.


한국의 시골과 유럽의 코티지 마을을 좋아한다. 

그 사이 어느 지점이 내가 숨이 붙어있는 동안 살고 싶은 공간이다.  

너무 한국적이기도, 너무 유럽 같지도 않은 그런 한 지점에서 

집을 짓고 빨랫대에 빨래를 널어 사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 


불안을 안고 시작했던 여행이 지금 조금씩 기쁨이 차오른다. 

유럽 민속음악을 재생했다. 이색적인 귀의 느낌과 꿈같은 눈의 느낌. 

신비로웠다.





여행 동안 함께할 책을 가져왔다. 

책과 함께하는 여행을 하고 싶어, 어떤 책과 함께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성공적인 여행'은 나의 목표가 되었고, 그 달성을 위한 강박이 되었다. 

도서관의 온 서가를 둘러보았다. 

철학, 문학, 예술, 에세이, 지식 등등. 괜찮아 보이는, 멋있는 책들이 많았다. 

하지만 왠지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책과 함께하는 여행이 될 수 없나 하고 마음을 놓았다. 그랬더니 보였다. 

쉼 여행에 맞는, 평범한 이야기가 담긴, 나의 어느 부분과 닮은 책.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행복한 수다>



서울에서 멀어졌다. 마음은 커져갔다.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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