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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년하루 Aug 15. 2024

경찰이요

1부-5화. 동네 경찰 ▶ 경찰이요

분위기 좋은 호수를 지나칠 때, 세상이 각박해지는 이유에 대해 불평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세상으로 변할 수 있을지 무료한 대화를 이어간다. 다음 날 오전부터 위해성 장비 사용 및 절차 관련 현장 교육이 잡혀 있어 되도록이면 중요 범죄 신고가 접수되지 않기를 바라며 머릿속은 아무 일 없이 잘 지나가기를 소원한다.


수장이 바뀌면 정부 기조에 맞춰 내부에서도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성과 지표라던지 치안 질서 유지에 필요한 여러 관심과 목표가 변화의 기류에 맞물려 움직인다. 기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엔진이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와 동력 계통의 수준이 어떤지에 따라 운행 속도라던지 배차 간격 등 여러 부수적인 요인들이 함께 움직인다.


동력분산식 열차의 경우 각 객차에 동력이 분산 설치되어 있어 위험성 감소에 효과가 있지만 유지 비용 증가 및 수리 점검에 따른 시간이 소요가 늘어난다. 그렇지만 열차의 진동이 적고 승차감이 좋아 사용율은 높아지고 있다. 경찰 수뇌부의 정책 결정에 따른 현장 체감은 열차의 동력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여부와 유사하다.


기초질서가 사회 안정의 초석으로 디딤돌 역할을 한다면 경범죄나 도로교통 준수를 우선하여 법집행을 강조할 것이고, 중요 범죄를 사회 안녕의 기반으로 본다면 절도나 폭력에 기인한 범죄 예방이나 검거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추진이 점쳐진다.


동네 경찰의 중요 거점 장소는 지역에 위치한 삼거리에서 이뤄지는데 시골 동네 특성상 여러 지역이 모이는 장소이며 이동성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이에 저녁에는 음주운전 단속을 낮에는 안전벨트 미착용 운전자를 중점적으로 선별하여 지도단속을 병행한다.


따뜻한 햇살이 눈을 찌르고 있어 하늘을 볼 때마다 거수경례를 붙이고, 안전벨트 미착용 운전자 상대 지도단속을 하고 있을 때 화물운송 사무실에서 5-6명이 도박을 하고 있으니 단속해 달라는 신고가 접수된다. 신고자는 자신의 인적사항 밝히기를 꺼리며 다른 지역에서 공중전화로 도박 장소를 특정하여 경찰에 신고한다.


도박 단속은 쉽지 않다. 경찰이 나타나면 잽싸게 판돈을 치우거나 서로 입을 맞춰 카드나 화투 점을 보았다고 변명한다. 어쩌다 판돈이 행위자 앞에 있는 경우에도 먹기 내기로 시간 때우기 위해 심심풀이로 놀음이 아닌 놀이를 했다고 말한다.


행위자 앞에 놓인 돈과 주변에 먹기 내기를 위해 땐 돈이 있으면 돈의 액수와 출처를 꿰맞춰야 한다. 도박을 한 사람뿐만 아나리 장소를 제공한 사람도 처벌하기 때문이다. 도박을 하다가 한 번이라도 단속을 당해 입건된 사례가 있다면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창문에 커튼을 치거나 문을 닫아 단속을 피하려고 한다.


단속하려는 자와 단속을 피하려는 사람 사이에 눈치 싸움은 도박 전과를 놓고 싸우는 줄다리기 시합이다. 경찰차를 사무실 주차장 건너편에 주차하려고 할 때 화물 운송 사무실에서 한 명이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이 보여 도박 행위가 끝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신고 장소에 도보로 접근한다.


현장 채증을 위한 카메라와 압수금품을 넣을 봉투를 준비하고 화물 운송 사무실 앞에 도착한다. 철문 손잡이를 잡고 살짝 돌려보지만 역시나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열리지 않는다. 창문은 짙은 선팅으로 내부가 보이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있어 검은 움직임이 나타난다.


신고자가 내부에 있어 범증이 확실한 경우나 전문 도박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아니라 강제로 문을 열고 단속하기에 무리가 있는 현장이다.


"문이나 두들겨 보자고"


"네"


문을 두들이자 문은 열어주지 않고 안에서 누구냐고 묻는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자 이름이 뭐냐고 재차 묻는다.


"경찰입니다"


"누구"


"경찰이요"


"경철이니"


"네"


현관문이 열리고 테이블에서 훌라를 하고 있던 4명과 문을 열어준 1명이 얼음 된 듯 그대로 멈춰 미동도 하지 않는다.


"가만히 계세요"


"모두 촬영했습니다."


화물 운송 사무실에서 화물 운송계약 문제가 발생해 화주와 지입 차주 사이에 계약이 미뤄져 운송 사업자들이 점심 내기로 훌라를 하고 있다가 누군가 경찰에 신고하여 도박 혐의로 단속된다. 도박 금액은 8만 원 정도로 판돈은 크지 않았지만 가담자 중에 한 명이 도박 전과가 있다고 진술하여 관련자 모두 도박 혐의로 입건한다.


방금 전에 나간 사람이 경철이고, 경철이가 계약 서류를 화물 운송 사무실에 놔두고 나가서 다시 가지러 온 것이라 추측하고 문을 열어 줬다고 한다. 그를 원망하는 눈빛이 선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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