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경찰은 삼거리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위해 라바콘과 단속 입간판을 순찰차 트렁크에서 꺼내놓고는 차량을 농협 주차장에 주차한다. 오전에 있었던 관내 살인 미수 사건으로 교대 시간 회의가 길어졌고 추석이 지나간 가을 하늘은 간다는 말도 없이 금방 어둑해져 나무와 돌, 전깃줄과 새, 또랑에 흐르는 물도 차갑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 발생했던 살인 사건 이후에 또다시 관내에서 살인 미수 사건이 발생해 동네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화물 운송 사업을 하는 업소에서 회계업무를 보던 직원이 다른 화물 차주 및 회사에 매출처별 세금 계산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발부하는 바람에 세무서에서세무 조사가 나온다는 통보를 받은 사장은담당 직원에게 매출처 및 매입처별 세금 계산서 발부 자료를 내놓으라고 소리친다.
직원은 세금 관련 지식이 없는 상태로 화주가 예전에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요청을 하면 차량 입출차 내역만 확인하고 세금 계산서를 발부했다고 전한다. 다른 증빙 서류나 자료는 받아 놓지 않고 매출 자료를 발부하면서도 매입 자료는 제대로 정산하지 않아 매출에 비해 매입 자료가 턱 없이 부족해 수 천만 원이 넘는 세금 부과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사장은 세금 관계에 대해 무지했던 직원을 나무라는 과정에서 또 다른 허위자료를 알게 되는데 도저히 감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을 직감하고 자료를 받아간 회사를 상대로 전화를 해 보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세금 포탈을 위해 만들어진 종이 회사로 추측한다.
"이봐 날 죽이려고 작정했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사장님 뭐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지입 업체에서 요청하면 사장님이 처리해 주라고 그러셨잖아요"
"사장님께서 하라는 대로 처리해 준 것뿐인데요"
"내가 지입 화물주에게 자료를 주라고 했지 언제 별건 회사를 상대로 자료를 끊어 주라고 했어"
"자료를 주라고 해서 준 것 밖에 없어요"
사장은 열불이나 더 이상 이 직원과의 대화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그간 있었던 일을 백 마디 말보다 글로 써서 제출하라고 직원에게 요구한다. 직원은 어떻게 그 많은 자료에 대해 생각이 나냐며 글로 써서 낼 수 없다고 한다. 그러자 사장은 과일을 깎아 먹던 칼을 들고서는 직원을 향해 다가선다.
"너 제대로 쓰지 않으면 죽을 줄 알아"
"사장님 지금 칼을 들고 저를 협박하는 거예요"
"어서 아는 대로 뭐든 적어"
"정말 아는 게 없단 말이에요"
"너 혹시 제들이랑 짜고 날 죽이려고 판을 짠 거야"
"뭔 소리예요 사장님 미친 거 아니에요"
사장은 화를 참지 못하고 오른손에 들고 있던 과도를 직원 가슴을 향해 찌른다. 천만다행으로 직원이 테이블을 밀치며 소파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가슴이 아닌 허벅지에 칼날이 찍힌다. 직원은 테이블을 한 번 더 힘껏 밀어 사장이 다가오는 것을 방해하고 문 앞에 주차된 본인의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도망 나온다. 사장은 직원을 죽여버리고 자신도 죽겠다며 칼을 손에 들고 직원 차량을 향해 쫓아간다.
직원은 자신이 칼에 찔렸고 사장이 계속 따라오니 자신을 살려달라고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에 의해 직원은 병원 치료를 받고 보호조치 중에 있다. 사장 행방은 묘연해 찾을 수 없어 수배된 상태로 동네 경찰은 근무를 교대하고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 나와 있다.
음주 측정 장소에서 50미터 전방에 음주운전 단속 입간판을 설치하고 5미터 간격으로 라바콘 배열이 완료되면 2인 1조로 음주운전 단속을 시작한다. 시작과 동시에 선수는 신호봉을 오른손에 들고 위아래로 흔들어 진행 차량의 속도를 운전자가 줄이도록 유도하고 후수는 왼손에 휴대용 음주감지기를 움켜쥐고 오른손으로 거수경례를 하면서 소속과 이름을 밝힌 뒤 운전자가 음주감지기에 입김을 세게 불어 감지기가 작동하도록 요청한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고 각자의 위치에서 소임을 하려고 할 때 맞은편에 주차되어 있던 검은색 자가용이 부웅 하는 배기음과 함께 순찰차 뒷 범퍼를 충격하여 빠직하는 소리가 들린다. 운전자는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자동차 운전석에서 내려 경찰차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운전자분께서 경찰차를 혼내 주셨네요"
우선 사고 현장에 흰색 스프레이로 사고 장소를 표시하고 전체 환경이 나오도록 사진을 촬영하고 점점 가까운 장면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현장을 채증 한다. 보험사에 교통사고 접수를 요청하고 보험사 직원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하도록 안내한다. 운전자는 술을 마신 것에 대해 실토하고 여기 있으면 동네 사람들에게 창피하니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부탁한다.
검은색 차량은 농협 주차장에 이쁘게 주차하고 운전자를 경찰차에 태워 경찰관서로 임의동행한다. 이동하면서 주취 정황에 대해 문답한다. 6하원칙에 따라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여섯 가지 기본으로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를 작성한다.
"누구랑 마셨나요"
"신랑이랑 같이 마셨어요"
"언제부터 마셨나요"
"두 시간 전쯤일 거예요"
"어디에서 마셨나요"
"농협 앞에 있는 백반집이요"
"술을 얼마나 드셨나요"
"소주 반 병 정도 마신 것 같아요"
"운전은 왜 하셨나요"
"신랑이 옷가지랑 물건을 챙겨 오라고 해서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속상한 일이 생겼다며 잠시 떠나 있겠다고 그러네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말해주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신랑분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운전자의 남편은 오전에 있었던 살인미수 사건 범인으로 확인되어 경찰차를 다시 농협주차장에 세워 놓고 형사팀 지원을 요청하고 백반집에서 범인을 검거한다. 남자는 순순히 범죄 사실을 인정하여 현장에서 사건 일체를 형사팀에 인계한다. 여자는 순찰차 뒷좌석에서 수갑을 차고 형사기동대 차량에 연행되는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