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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별빛 항해사

해를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by 천년하루

가는 해를 그냥 보내려니 어딘가 맘이 저려옵니다

그냥 그렇게 보내는 것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작은 행성들 사이에 당신이 제일 빛납니다



별빛 항해사


아빠 앞니엔 구멍이 나 있어

입에 줄을 물고 바늘을 꿰는데

구멍 난 하늘 사이로 바다가 숨을 쉬어

아빠 입은 광산 같아

뚫린 양옆 폐광에 석탄이 보여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더니


등불 나무배를 타고 항해 나가

해 지난 등대에서 기다릴 적에

하늘과 바다가 광산을 두고

오징어 게임을 한판 했어

하늘을 보는 척

저 멀리 움직이는 파도를 훔쳐보는데


검푸른 하늘에 빨간 바다가 낚이자

떼어내려 따귀를 철썩철썩

파도가 바늘에 걸려 발버둥치자

폭풍우도 덩달아 싸움에 휘말렸는지

엉킨 줄에 벼락 난 하늘이 목선 불빛 창을 와장창

꿰어놓은 별빛 보자기를 바다에 빠트렸어


하늘에서 쏟아진 구슬이 파도 알갱이 될 때

광산 등불도 바다 별 되어 하늘에 닿았는지

수평선 저 멀리 빛나는 행성이 솟아나면

별빛 항해사는 하늘과 바다에 눌어붙어

경계가 사라진 생명에 쉼터를 꿰어놓아


첫 해가 오는 등대에서

제일 먼저 뜨는 구슬을 두 손에 담아놓고

하나 둘 셋

바다 별 광산을 그리며 하늘 초인종을 누르는데

광산 빛이 저만치 바다를 아빠 별로 마음껏 수놓았어



다가오는 빛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여요

오늘 하루 잘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도 잘 버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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