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칼라의 욕탕을 그리다
뜨거운 욕조에 티백을 벗겨놓았다
티빤스 물 위에 뚱하니 떠있는 폼
기름 한껏 발라 놓은 김처럼 뻣뻣하다
그대 목줄 들었다 놓았다 할 때
몸에서 은근히 나오는 노란 형체
욕탕 속 하부를 압박한 채
남몰래 풀어놓은 감정인양 스민다
빼꼼 담겨있는 네 모습
흡사 노곤한 몸 내맡기고
고갤 뒤로 젖혀 천장 쳐다보는
주름살 버텨온 겉껍질 같다
한 모금 들이켜자
한나절 속없이 베인 속껍질 향
입가에 머금다 목젖을 눅인다
한두 모금 마시고
끝 보이는 컵 안은
황망하기 그지없다
물 다시 붓자니
첫맛 아닐 테고
유행 지난 속옷은 뭔가 가없다
저 목멘 살이 들이고 마시고
바라보고 아쉬워하는 그런 품인가 보다
그 끝이 씁쓸한데 접힌 찬장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