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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면

사라지지 않는 면을 만나다

by 천년하루


내면은 알수록 슬퍼요

도망친 세상 면을 눈이 먹고

입이 게우면 뇌가 붙잡아 오라를 던져요


눈앞에 펼쳐진 몽고 초원을 달리는 날풀이 세상을 만져볼 때

황제펭귄과 자스카펭귄이 면과 면이 대면할 때 면이 팽창해요


우주가 확장할 때마다

뇌 속에 움튼 오라가 폭발하면 인간계 바깥 면이 천지개벽해요


그림 없는 사막에 떨어진 작은 물방울이

모새와 만나면 기원적 발화를 추슬러요


눈앞에 날아든 풀씨가 고비 사막을 횡단할 때

재물대 위에 담긴 슬라이드글라스 세상은

미지 세계로 시발 전에 숨 튼 면을 보여줘요


이맛돌에 날 빠진 허연 머리칼은 오라의 증표로

사라지지 않는 면이라 불러요


주검 흔적이 담긴 싸리 백모를 손바닥 에 펼친 채

두 손을 맞대고 돌돌 말아 두 칸 두루마리에 똬리를 틀어

고이고이 두 번 접어 속주머니에 유언장으로 보관해요


어느 개벽 안개가 광에 들어차 봉인한 유서를 개봉할 때

천지 낙루가 올라와 젖은 관포는 휴지통을 장지로 정해요


엄한 시간 상복을 걸치고 가묘를 어루만질 때면

다음 손에 묻은 면으로 오라가 움튼 오라를 막 던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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