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주변을 기웃거리며 떨어진 널빤지를 주시한다
아는 척 혼잣말을 주변에 공개한다
재활하려면 정렬해야지 군대는 갔다 왔나
전투 경험이 많은 공병단은 두 팔에 힘줄을 잡아당긴다
깨진 유리병을 담으며 관리가 시원찮은 게
어영부영 내무 생활한 게 분명해
귀한 공병에 담배꽁초라니 쇠 저로 구석구석 침투한다
돌돌 말린 채 구워놓은 오징어 장판을 뒤져보고는
물자 간수가 저래서야
단독 군장 공병대 보수반은 리본을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눌어붙은 합성수지 바닥에 담배똥이 군데군데 있는 상
혹독하게 쓰인 처량한 신세를 적어 윗주머니에 재운다
겹친 버려짐으로 맨땅에 울며 기절한 꽁초는 깨운다
이참에 사주 깔고 팔자나 고쳐봐
아니지 자랑스러운 공병단이 바닥난 샘을 외면할 수 없지
공병이랑 박스가 우리 전공이니까
다른 삶도 보살펴야지
다들 제 배만 채우면 안 되는 거잖아
한참 고개를 떨구고 긴 숨을 맞이한다
새벽 고민이 펼쳐진 일리와 이리 사이
공동 분리수거장은 일반물자과 이장의 샘터다
이 구역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수해야 한다
이쪽 마을 재활을 완성한 공병단 예비역 준위
저쪽 현충원 충혼당의 유리병으로 정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