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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년하루 Apr 20. 2024

웅덩이를 삼킨 꼬리


산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릎은 고장 나 오르는 단계를 맞이할 땐 큰 숨을 쉬고 준비를 하는 편이다. 주변에 버려진 나무막대기가 있나 두리번거리는 편이다. 손에 무언가 들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자연에서 구해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편이다.



                           동네 작은 절에 가려면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야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

천변에는 엉성한 숲이 펼쳐진다. 동글동글 한약 같은 토끼, 노루 영양제가 군데군데 어우러져 있는 자연이다.



작년 우기에 맞선 천변 비행사 버들강아지 목에 검은색 하얀색 실 나간 머플러가 용궁 간 토끼처럼 옛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나마 옆으로 고꾸라져 있던 뿌리 힘이 엉성한 수양은 대군이 되지 못하고 누워서 팔다리가 잘린 채 기일을 기다리고 있다.



천변 깊은 곳에 다다르자 네발 달린 수레가 지나간 자리는 움푹 파인 폼에 개미가 들어선 개미지옥이다.



검은 형체가 꾸역꾸역 모여있다. 허리를 최대한 숙여 인사를 나눈다. 웅덩이는 오아시스 같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겨울철 논바닥으로 환생할 자세다. 두 손을 모아 옆 천으로 이주 여행을 보낼까도 생각했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아 그냥 스쳐 지나간 운명이라 끈을 놓는다.



하늘이 검게 물들기를 반복할 때 가는 물이라도 뿌리면 좋을 텐데. 속삭임을 뒤로한 채 작은 산으로 발을 옮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아침부터 내린 비에 메마른 넥타이를 고쳐 매고 머리를 품속으로 들이밀자 굽굽한 판초우의 향을 가진 시절로 손이 닿는다. 한 참을 받들고 함께 걷던 우의 덮은 산 밑동을 빙글빙글 돌아 함께 놀던 물맹이를 바다로 보내고 돌돌 김말이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단추를 매자 엊그제 오아시스에 모여 있던 검은 꼬리는 잘 있겠지 내숭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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