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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년하루 Apr 21. 2024

한눈팔면 벚꽃은 없어

봄의 눈꽃

화장한 날씨를 기대하고 밖을 나선다. 바닥에는 거뭇거뭇 머리에 이고 가던 물동을 흘린 듯 드문드문 덜 마른 물 향에 눈을 바닥에 맞춘다. 이내 하늘을 쳐다보고 손바닥을 하늘에 맡겨본다. 손등에는 물덩이가 차오르지 않아 비는 이미 다른 동네로 여행 갔나 보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차들, 좁은 골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누워있다. 노란 개나리 버스가 작은 골목을 벗어나지 못하고 벽에 붙어 긴 잠을 청한 누군가의 유리창에 숫자로 잠을 깨운다. 3분 정도 지났을까 대답이 없는지 우왕좌왕 두리번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며 연신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며 주변을 경계한다.


앞에서 이를 지켜보던 검은색 코트를 두른 중년풍 형태는 바로 옆에 트인 길로 빠진다. 그 뒤를 의심 없이 따른다. 풍채가 큰 뒤를 따르니 다른 이들이 길을 비켜선다.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바짝 그 뒤를 따라붙어 수월하게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3월은 검은 목에 하얀 분을 바른 나비의 축제다. 발게진 봉오리는 언제 뛰어나올지 모를 화약 총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가끔 화약이 터지기 전에 먼저 출발해 팽팽한 긴장을 깨는 선수도 있다지만... 100미터 경기는 눈 깜짝할 새 시작해 금방 결승전을 시작한다. 한눈팔면 1년 뒤에나 우승자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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