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느끼고 있는 걸까
그걸 느끼고 있는 걸까
시간이 훅하고 지나간다고 했는데
까마득한 깊이에 추를 달고 내려가는 할미 꽃샘 두레박
차가운 물이 다일 때 어떤 기분일까
후루룩 내려가는 밧줄에 시간이 스며들어
맨드리 살이 까칠한 결로 성장했을까
샘물 비늘이 벗겨지는 틈까지 와 버린 게 틀림없어
햇볕을 가만히 쳐다보면 서서히 빛이 살에 박혀
털을 지나 그림자를 만들고
정오에 바짝 오른 볕이 털구멍에 막히면
둥지에 박힌 돌멩이는 붉게 여물텐데
그걸 느끼고 있는 걸까
장독대 깊은 구석에 빛바랜 북향 도자기 화분
구럭 안에 서있는 긴 털 촘촘한 잎이 뿌리에 뭉쳐
흘러간 천연수가 맞이한 플라스틱 받침대
샘이 그쳐 서서히 본연으로 회귀하려
그 안에 눌어붙은 늧 세월
분홍할미꽃 그리려 살피꽃밭에 알심 뿌려
씨 알갱이 가락 사이에 각질처럼 허옇게 묻어나면
서쪽 하늘 쉼터에 갈고리달을 앙구어 놓고
할미꽃 샘터에 온달을 전줄러서 끌어안아야 하는데
그걸 느끼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