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 잡이

원고지에 낚시를 하다

by 천년하루


시어를 낚는다고 원고지에 바늘을 던지다 보면 횟감이 걸려

던져 탕은 아니더라도 막 썰은 회 같은 모둠이 나오기도 해


막회보다는 작은 물고기를 딱딱 썰어서 뼈까지 쓸어 담는 거


씨알이 작으면 살려 주라고 그랬는데

뱃속에 들어가기 전에 이빨이 고소함을 어떻게 아는지

다들 고소하다 고소하다

잘못하면 고소당할 수도 있는데 말이야


금어기에 산란기에 무슨 소리

근데 멸치는 어떻게 구분해

그냥 촘촘하게 가둬 뜨거운 물에 데치던데

고래도 엄청 먹던데 같이 노나 먹는 거로


시를 써보자 해놓고 와 이빨로 털까

시어는 낚는 거야 먹는 거야

말아먹기 좋은 물회도 있어

현대 시가 어렵다고 하던데


막 썰어 놓은 막회 보다 아까 먹으려 했던 거


꼬시다 세꼬시 뼈째 먹어 고소해

사전 날개를 들쳐봐야 해

시어를 낚으면 사전에 뼈를 발라야 되잖아

창문에 붙은 비늘은 긁어서 챙겨놔


죽은 시인의 사회 살아봤어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잇몸이 없으면 죽

시인은 죽어서도 시어를 발라주어야 고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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