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 소여물

황희가 절한 농부가 없다

by 천년하루


삶은 여물이다

새벽녘 큰 솥에 물장화 신고 불을 땐다

끓을 때 연기가 곰곰 구수하여

온 동네 우들 뱃가죽을 당긴다


푹 고아 우러난 사골 국물 같지만

누구 하나 입맛을 다시지 않는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우두커니 선 우두가 여물통에 들어가더니

큰 눈을 껌벅껌벅 처박은 코에 힘을 준다


얼마나 맛있으면 코끝에 묻은

국물까지 혀로 날름날름 핥고

넘긴 것을 게워내어 음미할까


소여물 먹이면서

축산업자 순번을 태운 사이

도축업자 가위바위보는 낙첨한다


아무리 짐승이라도

함부로 대하는 게 아닌데

황희가 절한 농부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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