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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복숭아씨 속이 아프다

by 천년하루


글을 그림이라고 우기고 싶습니다

도원결의 그림을 글로 풀어씁니다

복숭아씨를 한날한시에 뱉기로 다짐합니다


비웃는 소리가 거기까지 들립니까

웃음에도 결의가 있나 봅니다

글을 그리고 나서 멀리서 바라봅니다


짓궂은 날개 놀이터 자락 과수원길

지쳐 쓰러진 복사털 이른 풀숲에 세수하네요

청바지 수건으로 털을 다듬습니다


살이 탱탱해 구색을 갖췄습니다

씨를 덮은 속살을 입술에 묻혀 속을 팝니다

울렁울렁 반들반들 속껍질 사이로 초가 보입니다

씨를 입에 넣고 살살 발라먹기를 좋아합니다


퉤퉤

꺼끌꺼끌 개미 빈통이 입안에서 부스럭부스럭

흰개미가 파먹은 기둥 아래 모여진 톱밥 사체

관계는 형편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보관합니다

결의형제는 아니지만 뱉어야 했어요,

아스팔트 덮인 맨홀 속에도 꽁초가 결의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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