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이 타오른 자리에 서서
저 들판 푸름에 갇혀 찢어진 고성이 여기저기 터진다
양팔 옆으로 늘어선 수양버들
높은 음자리에 줄을 튕기며 흥에 취해 머릿결을 나눈다
두둑 떨어지는 눈방울이 함성으로 감싸다 쏟아지면
어깨 위에 올라탄 성스러운 다리는 들썩인다
작은 새싹 잎끝에서 머리를 들어 올려 뿌리를 마신다
산 아래 동굴 입구에 하얗게 삐져나온 자락
두보가 높이 오른 가을 손 탄 그 속을 아는지
눈으로 구부러진 저 소나무 등껍질
드문드문 스르륵 사라지는 기운들
허기에 눌려 곧음으로 귀환도 모른 채
늘어진 잔잎에는 이름 모를 물덩이가 차올라
털지도 거두지도 못하고 바람에 기대어
저 먼산에서 피어오른 연기를 품고선
가녀린 수공에 목마름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