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유물을 발굴하다
머리 위로 철모가 스르륵 내려앉았다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구덩이 속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떼구르 앞 챙에 모래바람기둥이 한 움큼 는개를 뿌려 놓아
치르르 커튼이 쳐지고 흐린 빛이 피어나는 게
쿠구궁 천둥소리가 가까워진다
따다닥 괭이밥 골 사이에 붉은 꽃들이 흘러내린다
먼지마저 숨죽인 구렁에 녹 부른 물이 스며들어
덜미에 걸쳤던 팥알 같았던 가는 줄이 두둑 끊어지자
웅성웅성 귓가에 오일장 할머니 소리가 흔들흔들거린다
벌컥벌컥 배고픔을 잊으려 옆구리에 붉은 꽃들이 만발했다
줄기에 땅벌 독침이 한차례 지나가고 쿠르릉 쿠궁 퍼지지 않았다
어머니가 기워준 테두리에 울컥울컥 붉은 송이 틔운 채 꺾였다
여기가 고지입니다
이름 없는 들꽃이 빨갛게 달아올랐던 이 등성이 최전선입니다
관광객들이 떠난 자리 풀 속 반쯤 남긴 페트병에 붉게 물이 들었다
고요가 잠든 들녘 어둠 소리가 울어대면
무명 꽃들이 피고 진 언덕을 향해 숨멎 꽃들이 슥슥 온기를 나눈다
잎 뚫린 철모 아래
하얀 민들레가 선잠 든 머리를 스르륵 매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