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논문을 쉽게 쓰는 방법 ▶ 논문은 빌드 업 과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논문 작성 방법을 가르쳐 주며 바른길로 인도해 주는 은사 찾기란 실재하지 않는다. 방향을 가르쳐 주고 목적지에 잘 도착하도록 지도해 주는 것이 최선이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인생을 돌이켜 보면 아이가 태어나 바닥을 기다가 일어나 걷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평정심에다 자신감을 얹을 때 완벽한 걷기가 시작된다. 워킹을 직업으로 하는 모델도 가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다치거나 쓰러져 큰일을 치르기도 한다.
아이비리그 입성을 위한 에세이(essay) 작법이다. 원하는 대학 입시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화에 시간을 입히는 빌드 업 과정을 통해 서사를 구축한다. 초등학교 시절 목표하는 아이비리그 대학 도서관 건물을 배경으로 어린이의 희망이 담긴 사진을 찍어 사진첩에 보관한다. 시간이 흘러 목적 대학 입시를 위해 작성한 에세이에 관련 이미지를 덧붙인다. 작성자는 저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서사에 감정을 불어 넣는다. “그때 나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어린아이로 이 학교에 방문했지만, 이제 당당한 학생으로 가려 합니다. MIT에 입학하는 날 다시 만납시다.” 대학 입학처의 브루스 베른스타인은 지원자가 작성한 에세이를 펼쳐보며 매우 인상적인 글이라고 평가한다.1)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사람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마지막 걸음을 못 내디디게 뒤로 불러들이는 것, 이게 유년 시절 사랑의 기억이거든요, 애들은 많이 사랑해 줘야 됩니다. 어렸을 때 받았던 그 절대적인 사랑은 어디 가지 않거든요. 그게 몸에 남아 있어서 그 힘으로 사는 것 같아요. 괴테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어야 할 두 가지로 날개와 뿌리입니다. 날아갈 수 있는 꿈을 줘야 하는 거고, 붙들어 매지 말고, 그러나 자기가 설 수 있게끔, 뿌리 내릴 수 있게 힘을 줘야죠. 괴테의 글입니다. 리벤 벨레프(Lieben belebt) 사랑이 살린다. 괴테가 81세에 죽기 2년 전이죠. 노년에 지혜가 응축된 거예요.”2)
논문 쓰기 과정은 어린아이가 완전한 걷기에 도전하는 빌드 업 과정이다. 비치발리볼 식전 행사인 속칭 아기와 함께 해변 걷기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걷는 방법을 알아야 출전 기회를 얻는 것과 같다.
석사과정을 진행하면서 소논문 과제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논문 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방증이다. 고민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글쓰기가 어렵고 두렵게 느끼는 것이다.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고민 연속의 법칙’이 척하고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머리가 말끔해질 때가 오는 순간 고민은 저 멀리 떨어져 웃고 있을 것이다. 그때가 논문 완성을 맛보는 순간이다.
커피 맛을 제대로 느낀 이후 나타난 증상 중 하나는 커피가 없으면 불안하다는 것이다. ‘고민 연속의 법칙’은 기호식품인 커피를 마실까? 속이 불편하니 그러지 말까? 하는 갈등을 품은 시간에 고민이 들이친다는 의미로 가정한다. 주치의는 위산이 과다 분비되니 당분간 커피 음용 금지를 신신당부했는데, 동료가 건네준 커피 잔은 어느새 오른손에 놓여 있다. 커피를 마실지 말지 고민하는데 이 시간 행복이 가혹하다. “에라 모르겠다.” 커피를 입안 구석에 밀어 넣는다. 커피를 마시기 전까지 생성된 생리 화학적 불안감 증폭 반응이 수그러드는 이상한 현상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커피를 마시려고 선반을 뒤져 보지만 쟁여놓은 커피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일이 없었는데 커피 마실 시간이 지나자, 생리 화학적 불안감이 다시 꿈틀거린다. 왜 이런 현상이 나에게 나타난 것인지 궁금하기 시작했다. 얼른 시장에 가서 방금 주문해 놓은 드립 커피 두 봉지를 찾아 집을 떠난다.
1) KBS, “그들은 왜 아이비리그를 선택했나? 세계 명문대학으로 간 학생들”, 일요스페셜, 2002. 3. 24.
2) 전영애, “인생 정원 일흔둘, 여백의 뜰”, KBS 다큐 인사이트, 2022.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