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우연히 그리고 검색으로
우리나라는 카페의 천국이다. 아마도 커피집은 한집 건너 하나꼴로 있을 것 같다.
가끔 이 가게는 어떻게 수익을 맞추지(?)라는 쓸데없는 고민을 사서 하기도 한다. 사실 한번 말아먹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더 시도해 보고 싶은 욕심이 마음 한구석을 채우고 있기에 더 궁금해 하나 보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밥을 먹고 나서, 혼자서 어딘가에 머물기 위해서 우린 카페를 찾는다.
당연히 가야 하는 장소이기에 나름의 방문 규칙도 생기고 있는 듯하다.
발길이 향하는, 머물고 싶은 카페에 대한 선택 규칙은
1. 아메리카노 기준 4천원 이하일 것(어차피 고르고 골라도 아메리카노이니까)
2. 식탁테이블 같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을 것(소파는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가 아프다)
3. 단체 손님이 많이 없을 것(원치 않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4. 음악 소리가 약할 것(테이블 회전을 위해 크게 틀어놓은 락발라드는 청각에 부담을 준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가성비 좋고, 혼자서도 머물기 좋았던 카페 3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 시인의 집
양희선생님과 나영선생님의 의견일치로 <시인의집>으로 갔다.
사장님이 시인이라고 하던가? 이 넘의 기억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져 간다. 이 글을 그날 바로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
해변 가까이 있는 곳이라 창문을 바로 보고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고 바로 바다가 보인다.
이곳은 찻집이다. 메뉴판을 보니 쌍화탕이 보이다. 가격이 만원. 꽤나 손 떨리는 가격이지만, 마침 감기 기운도 살짝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쌍화탕을 주문한다. 곱돌찻잔에 밤, 대추, 잣 등 그릇 한가득 담겨 나왔다. 마시는 건지 떠먹는 건지 모를 정도로 가득 담긴 내용물에 살짝 감동한다.
첫맛을 보니 맑고 청아하다?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내가 상상한 맛은 아닌 듯하다. 좀 더 진했어야 했다는 품평을 하면서도 그릇을 싹싹 비운다. 그래도 견과류 토핑이 가득하니 그것만으로도 몸보신한 것 같다.
주중이어서 그런 걸까? 다른 내방객이 별로 없어서 우리끼리 조용히 대화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찻집 한켠에는 책도, 문구, 소품도 구입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주인장의 섬세한 배려가 엿보이는 것이 화장실에 놓은 핸드타월이다. 나영선생님이 나보고 화장실 가보란다. 1회용 수건이 있단다.
보통은 종이 타올로 손을 닦고 버리는데, 식당에서 볼 수 있는 핸드타월을 깔끔하게 빨아서 놓아두었다. 종이 타월을 쓰면서도 내심 지구에게 미안했는데, 이렇게 수건으로 쓰고 다 쓴 수건은 수거용 통에 놓아두면 된다.
한국의 영토 중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멀리 있고, 바다 건너에 있다는 제주는 아마도 또 오게 될 테지. 그때에도 책 한 권 챙겨 들고 오고 싶은 그곳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두 번째 카페는 신촌에 있는 북케이션이다.
아침 느지막이 머물고 있던 숙소에서 매일 보던 그 바다로 가본다. 약 5분 정도 걸으면 신촌포구가 보인다.
바다는 꽤 얌전하다. 날씨도 따뜻했다. 포구 주변에는 빨간 등대(?)인 것 같은 구조물이 보이고 몇몇의 강태공님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물고기 잡는 것을 직관하고 싶어서 10분 남짓 서성거려 보지만 아무도 손맛을 보지 못하신다. 근처에 있는 강태공 한분이 자꾸 나를 야려보신다. 흠.. 내 탓으로 느껴지나 보다. 그럼.. 이만
오던 길 되돌아 걷다 보니 제법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물이 보인다. 뭔가 꼬마빌딩 같은 느낌?
살짝 돌아보니 <bookation>이라고 붉은 벽돌 건물 한가운데 철자로 간판을 대신하고 있다.
창문에 하얀색으로 <책>이라고 적혀있다.
궁금해서 건물 앞에 가보니 방송에서 집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는 건물이다. 현재는 서점 겸 북카페로 운영 중이란다. 1층은 작은 서점과 카운터가 있고, 2층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커피값 착하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3명의 방문객이 따로 또 같이 책을 읽고 있다. 신발 벗고 들어가도 될 것 같은 장소에 1인씩 앉을 수 있는 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다. 뒤쪽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꺼낸다.
아쉬운 것은 딱 하나다. 의자의 등받이가 뒤로 누워있다. 소파처럼 느껴지는 구조인데, 이런 경우 허리가 아프기 때문에 별로다. 결국 스스로 허리를 세우고 앉게 된다.
얼마 지나니 창가를 가리고 있던 방문객들이 나가신다. 부랴부랴 사진 한 장 남긴다. 벽의 한가운데를 뚤어낸 창의 센스가 좋다. 다만 건물이 더 많이 보이는 것이 조금 아쉽다.
보통 커피를 주문하면 얼음컵을 추가로 요청한다. 나는 아이스를 먹고 싶은데, 속은 따뜻한 걸 먹으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커피를 반 나누어서 따뜻하게 한번, 차갑게 한번 번갈아 먹게 된다.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 속을 가졌지만 차게 먹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세 번째 카페는 글로시말차
어디 가지? 하면서 두리번거리다 박물관처럼 보이는 곳이 눈에 띈다. 심지어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바꿔 신어야 하는 곳이다.
말차와 커피 녹차버터를 발라먹는 토스트를 주문했다. 공간은 상당히 넓고, 사진 외에도 혼자서 앉기 좋은 곳(약간 은둔형 자리가 있다) 여러 명이 모여 대화할 수 있는 좌석 등 다양하다. 이날에도 방문객이 한 팀만 있어서 조용히 얘기 나누기 좋았다. 코트를 걸어둘 수 있는 곳도 있다. 직접 운영해보고 싶은 카페다. 커피와 먹거리를 준비하는 주방도 오픈형이라 신뢰감을 높여준다.
사진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지만 바로 앞이 바다여서 입지가 좋다.
카페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말차가 주 판매인 듯하다.
공간이 넓으니 단체 테이블에서 나누는 말소리가 거의 생활소음 정도로만 들린다. 이 정도면 적당하다. 사람 사는 얘기는 뭘까 궁금한 날도 있지만 대부분 그리 들어서 달가운 것은 없다. 나는 ”아는 것이 병이다 “를 외칠 때가 많다. 나란 사람은 오지랖이 태평양이고, 누군가를 돕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치는 사람이라 때로는 모르고 살고 싶을 때가 많다. 어느 날 누군지도 기억 안 나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도 있다.
올해는 부디 내 생각만 하고 내 할 일만 하고 나를 위해 살아가는 한 해를 보낼 생각이다.
이것저것 또 발을 걸쳐두었다.
다 해낼 수 있다 장담도 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실망을 안길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려고 한다.
내가 나에게 실망하지 않으면 족하다. 그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일 테니까. 그 이후의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길 테다
제주 일주일의 기록은 이번 카페 소개로 마무리한다.
무작정 다니고, 느끼기만 하고 며칠 후면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나름 기록을 해보고 있다.
이 일주일의 기억이 앞으로의 나의 여행의 발판이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