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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초고 3

by Sonia


사흘 동안 이어진 긴 운전, 매일 밤 계속된 와인과 오랜만의 수다는 그날 밤 나를 깊은 잠으로 밀어 넣었다. 글도 쓰고, 만들던 앱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몸은 전기장판이 켜진 매트리스 쪽으로 먼저 기울었다. 새벽 1시에 잠드는 걸 ‘이른 시간’이라고 부르게 된 것도, 이 집 매트리스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서였는지 모른다. 오늘 아침만큼은, 여행자답게 조금 게을러져 보기로 했다.


발가락부터 종아리, 허리까지 온몸을 비틀어 쭉쭉 늘린 뒤에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특별히 배가 고픈 건 아니었지만, 왠지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여행의 꽃 중 하나가 조식이니까. 늘 들고 다니는 커피 가루를 물에 풀고, 차 안에 비상 에너지 간식으로 쟁여 두었던 몽쉘 한 개로 가볍게 요기를 했다. 그리고 습관처럼 국민 메신저 카톡을 열어 밤새 쌓인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모니터 화면이 순간 뿌옇게 흐려졌다. 기계가 고장 난 건 아니었다.


“밤새 잘 주무셨나요?
저희들 아침은 간단하게 달걀, 단호박찜, 요플레로 먹어요~
정화쌤 거 제가 챙겨놓았어요^^
부엌문 똑똑 하면 거실에 저의 옆지기 ‘그랬군’이 있어서 주실 거예요.
만약 아무도 없으면 식탁에 놓인 거 갖다 드시면 돼요. �”


이미 커피와 몽쉘로 아침을 끝낸 뒤였지만,
이 다정한 메시지 앞에서 방금 전까지의 나른한 게으름이 괜히 민망해졌다.


밤새의 금식을 깨는 아침 식사를 영어로는 브렉퍼스트라고 부르고,
스페인어로는 비교적 늦은 시간에 가볍게 먹는 전통적인 식사를 데사유노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한 끼를 떠올리며,
어제의 이야기와 오늘의 마음을 함께 풀어 쓰는 이 시간 자체가
어쩌면 나만의 ‘조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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