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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Feb 11. 2020

세계 속 봉준호의 기생충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분에서 수상을 하면서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사실 나는 기생충이 수상을 하기 전까지 아카데미 영화제의 국제적 지위와 명예가 어떤지 잘 몰랐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계에서 60년 넘게 두드린 오스카에서 국제 장편 영화상, 각본상, 감독상을 포함해 작품상까지 총 4개의 부분에서 기생충이 수상을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만 다.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 각본상, 외국어 영화 최초 작품상 등등 신문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것은 확실한 듯하다.  10일 현재 역대 외국어 영화 중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 6위라는 기록을 새우며 개봉된 국가만 해도 프랑스, 호주, 러시아... 를 포함해 총 67개국이 된다니 정말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대단한 영화를 나는 상영 마지막 날에 겨우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지 않는 이상 나는 이어폰을 끼고 편안한 자세로 집중해서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 기생충도 나중에 인터넷에 뜨면 구매해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영화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자꾸 생각나고 영화관에서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어 상영의 마지막 주말 급하게 가서 보게 된 것이다. 주말 아침 사람이 뜸한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정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멍 때리게 만드는 영화, 너무나도 허구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서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빈부격차,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매 순간 이들의 선택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영화 속 세 가족이 순차적으로 만나면서 발생하는 일들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지만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느껴진다. 영화가 끝날 무렵 주인공 기택이 처한 상황을 보면서 언젠가 그 충격적인 일들이 또다시 반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은 결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남는 여운과 함께 흠잡을 것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 음악과 배경, 등등 모두 좋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요소들이 아카데미에서 수상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나는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가장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화가 달라도 통하는 인간에 대한 공통적인 시선, 이것이 성공의 주된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인이니 당연히 한국의 문화에 익숙하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이 속한 문화의 틀 안에서 인간을 관찰하면서 그 이면에 대해 더욱 면밀히 바라볼 수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빈부격차'라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동시에 한국인으로 구성된 기생충의 배우, 스테프, 작가는 영화 속 대사 및 장면이 의도하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각각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완벽히 해주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문화를 초월한 인류로서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적 요소'는 문화의 선을 또렷하게 나타내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사랑, 희망, 분노, 좌절, 연민, 우정


사람이 사는 모든 사회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각각 다른 모습으로 문화라는 옷을 입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의 뜻이 아마도 여기에 숨겨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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