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책을 한 권 집었다.
|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_ 이본 쉬나드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유명한 옷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의 경영 철학이 담겨있는 책이다. 저번달에 회사에서 문화비 지원해 주는 책을 사려고 알라딘에 들렀다가 그냥 눈길이 가서 큰 고민 없이 구매했다.
이상하게 나는 예전부터 우리에게 잘 알려진 혹은 익숙한 회사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나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자리 잡게 되었을까? 나는 20대 초반 애플의 스티브잡스 자서전을 시작으로(첫 시작으로 엄청 두꺼워서 엄두가 안 났지만) 그 이후에도 페이스북이나 현대자동차, 구글, 스포티파이 등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기업들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책장 끄트머리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던 파타고니아 책도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사실 일요일에 점심을 먹고 느지막이 집어든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다. 반정도 읽고 덮어두었다. 오늘은 독후감을 쓰려고 노트불을 켠 것이 아니니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비록 책을 절반만 읽었어도, 나는 우리 주변의 알만한 기업들은 대부분 철학이 뚜렷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그들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본인이 생산하는 제품이 어떤 방식과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 좋을지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추구하는 가치는 선택의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이로써 운영에 필요한 마케팅, 제무, 인사, 운영, 경영 등 여러 가지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혼선이 줄어들고 그에 따른 효율을 높여준다. 모든 것들은 임직원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심어주며 또 하나의 그들만의 조직문화를 만들고 생태계를 조성해 나간다. 그렇게 기업들은 어떠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제품을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우리 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또한 여러 가지 위기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모색해 결국 살아남았다. 어쩌면 철학이 부재한 기업들은 위기를 넘길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책을 읽다가 흐려진 집중력을 돌리기 위해 대충 청소를 하고 운동하러 나갔다. 어느덧 제법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았다. 매섭던 여름의 기세도 사그라들면서 가을의 시작을 조금씩 알리는 듯했다.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나는 인생에도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위기에서도 지탱해 줄 수 있는 힘이 곧 철학이다. 이는 정답이 없는 질문들에도 쉽게 방황하거나 쓰러지지 않게 도와준다. 철학이 필요한 이유다.
나는 스스로를 잘 모른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리고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매 순간을 선택하고 살아가는지. 그래서 나를 돌아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서른이 된 올해에 인간관계, 음식, 여행, 음악 그리고 가족 등 여러 가지 주제로 글을 써보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본다면 언젠가는 나만의 철학을 조금 더 분명하게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좀 더 단단해 짐을 느껴보고 싶다. ( 어쩌면 설명할 수 없어도 우린 모두가 이미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