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가 되어가는 과정
이번 주에는 면접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받았다.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더 적합한 지원자를 찾았다며 더 이상 너와 다음 과정은 진행하지 않겠다는 정중한 거절은 늘 마음이 아프다. 이번에는 살짝 기대를 해서 그런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대화를 하면서 관심을 보이는 게 느껴졌고, 예정된 30분을 넘겨 1시간가량 이것저것 세부조건을 이야기하며 진행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어쩔 수 없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대체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날 하고자 했던 루틴이 무너지면서 눈물이 살짝 났다.
우울해서 마라탕을 시켰다. 먹고 다시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으로 누워있었는데 30분이 지나도 어플에서는 접수 중으로 보였다. 매장에 전화를 했더니 배달 매칭이 되지 않아 앞으로도 1시간 이상 기다릴 수도 있으니 그냥 취소하라고 하셨다.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땡겨요(배달앱) 정말 실망스럽다. 관악구 15% 할인 상품권이 있어서 구매했다가 바로 환불 처리해 버렸다.) 그런가 보다 하고 다른 곳에서 주문했고, 밤 9시를 넘어 받아본 매운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위가 뚫릴 거 같은 기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뭔가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이면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고 생활에 부족함 없는 돈을 스스로 벌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고, 여유롭지 않아도 취미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마라탕에 좋아하는 양고기를 추가해 먹을 수 있는 사치(?)를 부릴 수도 있다. 원래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행동은 관성을 끊어내려는 것이기 때문에 더디고 힘든 것이다. 그냥 받아들이고 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보니 별 일이 아닌 거 같다. 뭐든 또 하면 된다. 다른 길로 돌아가도 되고 힘들면 쉬어도 된다. 생각해 보면 누가 뭐라고 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 다음날부터 나는 다시 운동에 나갔고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주말에는 관악산에 다녀왔다. 하필이면 이번 주말에 서울은 영하 17도까지 내려간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럼에도 나의 등산 소식을 알리자 그 날씨에 무슨 여자 혼자 등산이냐고 사람들이 말렸다. 여러 가지 걱정의 말들에 사실 조금 흔들렸지만 왜인지 모르게 괜찮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나는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진짜 무슨 일인가, 막상 산에 오르니 너무 좋았다. 걷다 보니 전혀 춥지 않았고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그랬는지 계단지옥도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러 말들에 불안했지만 나는 충분히 이겨낼 만큼 준비가 된 상태였나 보다. 그저 눈앞에 펼쳐지는 뻥 뚫린 하늘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내리쬐는 햇빛이 너무나도 상쾌했다.
걱정의 말들은 실체가 없지만 직접 행동하면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실체 없는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준비를 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 행동한다면 결코 후회할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불안과 역경을 이겨낼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악산에서 얻어온 좋은 기운을 되뇌며 주말을 마무리해 본다.